구치소 내 낙후한 의료 문제 노출
10일 서울구치소 재소자 사망사건과 관련 구치소 측이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족과 인권단체에 사실과 다르게 말을 했음이 드러났다. 지난 7일 새벽 사망한 조모 씨의 유족과 인권실천시민연대는 조씨와 함께 방을 썼던 재소자와 담당교도관들을 면담한 결과 이런 사실들을 확인했다.
우선 재소자들은 조씨가 6일 11시경 의무과로 간 이후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구치소 측도 이날 면담 과정에선, 애초에 유족들에게 '조씨가 링겔주사를 맞고 몸이 괜찮다고 해, 1시간여 만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고 말한 것을 번복했다.
또한 조 씨는 링겔 주사를 맞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이 만난 간병부에 의하면 "조 씨는 11시 경 의무과에 왔고, 20분 후 쯤 도착한 의무관은 12시경 조씨에게 포도당 링겔주사를 놓고, 1시간 정도 지켜보다가 퇴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조씨는 두번째 링겔주사를 맞던 6시 40분 경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서 주사를 제거하고 외부병원으로 옮겨졌다. 9일 부검결과 드러났듯 심근에 문제가 있고, 비장이 보통 사람의 4배에, 간이 황색으로 변해 있었을 정도로 당시 조 씨는 위독한 상태였는데, 의무관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외부 진료를 서두르지 않고 5시간 넘게 방치했다는 점은 구치소 내 의료 체계의 낙후성을 드러낸다.
한편, 의무과장은 조씨를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상태였다고 주장했었다.(본지 9일자 참조) 그러나 이말 역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재소자 간병부는 휠체어를 탄 조씨를 앰블란스로 옮기던 중 조씨에게 고개를 들라고 하자 그 소리를 듣고 머리를 흔드는 정도였다고 한다. 엠블란스를 함께 타고 갔던 담당교도관 역시 의식을 잃지 않게 하려고 조씨를 부르면 입만 벙긋벙긋 움직일 뿐이었고 10분도 채 못간 거리부터는 아예 의식이 없었다고 면담과정에서 밝혔다.
평소에 별다른 이상증세를 호소하지 않던 조씨는 지난 3일부터 의무과에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 본인은 단순한 감기나 배탈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처방만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4일 조 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앓아 누워있었고 5일부터는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한 상태였던 데 비해, 이에 대한 구치소 측의 의료조치는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소자들과 면담을 한 조씨의 형은 "비록 동생이 직접 자신의 병을 몰랐다고 해도, 의무과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탄식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