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법원은 교도관이 재소자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한 것에 대해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석진(33) 씨는 96년 마산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가 오히려 수갑과 사슬이 채워진 채 금치 2월의 징벌을 받게됐다. 이에 대해 교도관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오히려 구타를 당했다. 그해 11월 김 씨는 순시중이던 김광노 관구계장에게 금치 중 교도관들의 ‘가혹행위’와 관련된 고소장을 제출하려 했다. 김 관구계장은 그러나 “돈 없고 빽 없는 놈은 주둥이 닥치고 있어라”면서 고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98년 2월 출소한 김 씨는 교도관들의 △집단구타 △계구(수갑, 사슬)사용의 장기화 및 적합성 △고소장 제출방해에 대해 국가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창원지검은 형사소송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고, 재정신청도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민사소송의 경우, 지난해 1심에서 당시 김광노 계장의 고소장 제출방해 혐의만 인정됐고, 집단구타 및 계구사용은 증거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50일이 넘게 사용된 계구에 대해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계구가 50일간 사용되었다 해도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 씨는 판결에 불복, 항고했으나 2심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고, 망연자실한 김 씨는 권리구제 가능성에 낙담, 상고를 포기했다. 국가는 고소권방해 혐의를 부인하며 상고했다가 대법원이 고소방해 부분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하게 된 것.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교도관들의 소송방해 관행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행형법상 과도한 집필허가절차와 검열은 교도관들이 재소자 고소권을 방해할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소자의 고소권 보장을 위해서 행형법에 집필허가 및 검열대상의 예외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재소자가 법원 등의 국가기관, 변호사, 인권단체 등에 보내는 편지에 대해 검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