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소장 통제에 국가배상 판결
교도관이 재소자의 고소장 제출을 가로막았다면 이는 재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며, 따라서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10일 대전지방법원 민사합의 4부(주심 안동범 판사)는 김석진(32) 씨가 98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김 씨가 지난 96년 마산교도소 수감 당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에 항의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려다 제지받은 사실을 인정해, 1백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김 씨가 주장한 교도관의 가혹행위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가혹행위는 증거미비로 인정할 수 없었고, 원고의 고소장 제출을 막은 교도관의 권리행사 방해 부분만을 인정해서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쇠사슬·수갑 차고 두 달 간 징벌
김 씨는 96년 마산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소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과 관련 두달 간 징벌을 받았는데, 20kg이 넘는 쇠사슬과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징벌방에 갇혔고 이에 대해 검찰에 관련 교도관들을 고소하려다 제지당한 바 있다. 이에 김 씨는 출소 후 교도관들을 불법계구사용 등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관련기사 1998년 7월 10일, 1999년 4월 13일자 참조>. 또 지난해 부산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법원 역시 "교도관들의 가혹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설령 쇠사슬과 수갑 등의 사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현행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김 씨는 이번 민사재판을 통해 고소장 제출을 제지받은 사실에 대해서만 배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이날 판결에 대해 김연수 변호사는 "재소자를 장기간 사슬과 수갑으로 묶어 감금하는 행위를 교도관의 재량으로 인정한 것이 무엇보다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에서 재소자에게 9일 동안 사슬과 수갑을 사용한 것이 지나치다는 판례가 이미 나왔는데, 김석진 씨의 경우는 50일이 넘게 사슬과 수갑에 묶여 있었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