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중심의 대안을 모색하다
전세계에서 6만명 가량이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에 몰려들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고급 사교클럽이라고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 대항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민중중심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에 시작된 세계사회포럼이 올해로 2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세계사회 포럼의 규모와 참가자 수, 각 국 언론의 관심 등으로 보아 99년 시애틀 투쟁에서부터 작년 제노아 투쟁까지, 해를 거듭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세계 민중의 투쟁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IMF, WTO, G8 정상회담 등 국제기구들의 연차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민중들의 문제제기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의 중심에 미국이 있음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뉴욕으로 옮겨 진행된 올해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사회포럼은 크게 '부의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부에 대한 접근과 지속가능성', '시민사회 및 공공영역', '새로운 사회의 정치권력과 윤리'라는 4개의 주제에 관한 전체토론과, 누구든 제안하고 조직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소규모 워크샵, 그 밖의 세미나 등으로 이루어진다. 올해는 특히 3세계 민중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외채와 IMF 구조조정의 폐해를 낱낱이 고발하는 '외채와 금융시스템에 관한 국제민중법정', 오는 2005년으로 체결이 예정되어 있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미국의 지배 하에 놓이게 할 FTAA(전미자유무역협정) 반대 행진 등도 진행되었다. 이를 통하여 참가자들 전체가 통일된 입장과 결의를 모으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경험과 입장을 교류하고 연대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1회와 마찬가지로 '행동 호소문'을 작성하여 세계노동절, G8 정상회의등을 계기로 한 공동 투쟁을 계획하기도 했다.
이번 2회 사회포럼에서 특히 부각된 쟁점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 및 확전 계획과 플랜콜롬비아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군사주의, 아르헨티나에서의 경제위기와 엔론 사태 등에서 보이는 금융세계화의 폐해와 회복 불가능한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이었다. 또한 WTO 뉴라운드의 출범과 FTAA등 지역별 자유무역협정에도 큰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기간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항의가 긴급하게 조직되기도 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더욱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계층이 점차 폭넓어지고, 이들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핵심적인 주체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던 지난 12월의 봉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던 MTD(실업노동자운동), 브라질의 MST(무토지농민운동)가 주축이 되는 국제농민조직 Via campesina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의 문제에 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포럼 기간동안 브라질의 도시빈민들이 도심에서 오랫동안 쓰이지 않는 건물을 점거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그곳을 지나는 행진대열의 환호를 받기도 하였다.
내년부터는 포르토알레그레에서의 세계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대륙별 회의가 개최되고, 2004년에는 세계회의를 인도로 옮겨올 예정이다. 이로써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주도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극복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3세계 민중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전히도 세계사회포럼에서 몇몇 명망가들의 역할이 결정적인 점은 지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투쟁에서 세계 각국의 기층 민중들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민중운동의 역할이기도 하다.
(류미경, 투자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