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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영화방침 유보, 공론화가 우선"

발전소 매각 문제지적 긴급토론회 열려


발전노조의 파업 9일째를 맞아 25일 오후 3시경 명동 향린교회에서는 발전소 사유화에 따른 해외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노동·사회단체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전산업의 사유화(민영화)와 관련한 정부 쪽 논리의 허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먼저 한신대학교 김윤자 교수는 "정부가 발전산업 민영화 계획을 처음 언급한 때는 IMF 이후 98년 7월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전까지 국내외 연구들은 발전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유화가 바람직하지 않거나 제일 뒤에 고려할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실제 정부는 98년 7월 IMF 프로그램의 합의사항으로 공기업 사유화 계획을 처음 언급한 이래, 99년 1월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마련해 사유화 방침을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김 교수는 또 "민간경영이 비교적 투명하고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영국조차 최근 민영화 실험의 성패 논란이 일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발전산업은 정부의 통계에서조차 당장 팔아치워야 할 부실덩어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99년 한전은 1조4천억원, 2000년에는 1조7천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해, '공기업=비효율'이라 주장하며 사유화를 강행하는 정부논리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

결국 김 교수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경영개선조차 하지 않고서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민영화보다 전문가의 책임경영과 공기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감시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전산업 매각이 노동자들과 적대하면서까지 서둘러야 할만큼 시급한 과제냐?"고 의문을 던지며, "정부, 노조,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들이 광범하게 참여하는 '국가기간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국가기간
산업의 발전방안을 국민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전노조 서성석 중부발전본부 위원장은 "발전산업이 사유화됐을 때 민간업체가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투자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윤만 빼가려는 민간업체는 신규 발전소를 짓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규발전소를 짓지 않으면 전력대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일 신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은 한전을 분할하게 돼 있지만 민영화하라는 내용은 없다"며, '발전노조 민영화에 대해서 여야 만장일치로 관련법이 통과됐다'는 정부논리가 잘못임을 지적했다.

정부출연기관인 산업연구원의 박태주 박사는 "의사결정 구조의 관료화 등은 민영화와 관계없이 개혁해야 할 과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업에 대한) 규제장치"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공연맹 노항래 정책국장은 "한국통신은 외국자본의 소유한도가 애초 33%에서 49%로 늘어났고 포철도 애초 30%에서 현재 60%로 확대됐다"며, '발전산업의 외국자본 소유를 30%로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불신했다. 실제 영국 배전산업의 경우도 사유화 6년만에 모두 미국계 회사에 매각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