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조합원, 합의안 내용에 실망감 드러내
2일 밤 10시 경 명동성당 앞길은 발전노조 조합원들과 학생, 사회단체 활동가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워졌다. 그 시간 명동성당에선 정부와 민주노총의 합의 내용에 대해 발전노조 차원의 보고대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명동성당을 여러 겹으로 둘러싼 전경들은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이 성당 봉쇄를 풀 것을 기다리며 성당 밖에선 집회가 이어졌다.
"한 달 이상 투쟁해왔는데, 노․정합의안은 우리가 목표했던 것과 너무 동떨어집니다." 평택화력 발전소의 한 조합원은 마이크를 잡고 합의안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발전노조원이 합의안의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우선, 민영화 철회를 위해 싸웠는데,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왠말입니까. 또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적정한 수준에서 한다는 게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입니까. 합의문 수용 여부는 반드시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이어 합의문을 받아들인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이날 낮 민주노총과 정부는 핵심쟁점이었던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달 8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재정을 존중해 발전소 민영화 관련 교섭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했다. 또 징계문제에 대해서는 "회사쪽은 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가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3일 새벽 1시 드디어 명동성당 안팎을 나누는 두꺼운 전경의 벽이 사라지고, 보고대회가 시작됐다. 명동성당에 들어가겠다는 노동자들과 이를 막는 경찰 간의 몸싸움이 한바탕 지나간 후였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잠정합의안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민주노총 소속 단위 노조들이 총파업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은 말을 뗐다. "하지만 파업에 들어갈 때 약속했듯이 결코 저 혼자 직권조인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파업의 시작처럼 파업을 끝내는 것도 조합원들의 조직적 결정에 따를 것입니다." 이 순간 조합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이 위원장은 "3일 특정장소에 모여 합의안 수용 여부에 관한 조합원 총투표를 논의하자"고 해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상황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발전노조가 합의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대신 현장에 복귀한 후, 징계 최소화와 발전소 매각 저지 투쟁을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될 거라 전망된다. 한편, "흩어지면 죽는다"는 노래가 명동거리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발전노조의 파업 37일째는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