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졸속 입법 경찰력 투입 강력 규탄
"이들 법안은 철도 민영화의 중간 단계입니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요금 상승 등 국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6월 30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열린 '철도구조개악법 저지와 철도 강제진압 노무현정권 규탄 집회'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경찰력 투입 등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철도노조 파업의 도화선이 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안)과 '철도시설공단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 중이던 이 시간,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이번 공권력 투입과 법안의 졸속 상정은 노정간 4.20 합의의 전면 파기로 노무현식 개혁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4시경,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 법안을 '철도구조개악법'이라 부르며 통과 저지를 외치던 3천여명의 노동자·농민들 사이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한·칠레자유무역협정과 철도구조개악법을 상징하는 조형물에 불이 붙었고, 참가자들은 악법 통과를 규탄하며 국회로 항의 행진을 시작했다.
철도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비판받아온 두 법안은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고속철도건설과 관련한 부채 11조원을 새로 만들어질 공단에 전가시키고 있다.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공사화·공단화 후 부문별 분할매각과 이에 따른 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등 겉으로는 공사화를 지향하나 실제로는 철도 민영화의 사전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새벽 4시, 철도노조는 △두 법안의 국회통과 저지 △공공철도 건설 △철도노동자 생존권 사수 등을 내걸고 1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파업 시작 2시간 만인 새벽 6시, 서울·부산·대전 등 전국의 집결 거점에 경찰력을 투입, 조합원을 연행했고, 이후 흩어진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산개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철도청은 30일 천환규 철도노조 위원장 등 121명의 노조간부들을 직위 해제키로 하는 등 징계절차에 돌입했으며, 정부도 지금까지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참여정부 노동정책이 군사독재시절로 회귀한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재개정과 공공철도 건설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늘 1,500개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중식 규탄집회를 여는 한편, 2일 금속연맹 10만명 연대파업, 5일 전국노동자 상경투쟁 등을 통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