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대상 중 94% 근골격계 질환, 회사 은폐 의혹
지난 5일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248명의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집단 요양신청을 접수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1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도 늘어, 작업환경에 대한 종합 평가와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단 요양신청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건강검진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노동조합은 7천여명의 조합원 중 무작위로 추출한 조합원 2백62명을 대상으로 마산의 하나병원에서 정밀검진을 실시했고 그 중 2백48명이 근골격계 질환 소견자로 판명됐다. 이는 검진대상자 중 94.6%에 해당한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뼈·근육·인대·신경에 생기는 질환으로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많이 쓸 때 발생하며, 어깨·허리·손·발 등을 잘 못 움직이고 통증 때문에 잠을 자기 어려운 증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 노동조합의 의뢰를 받아 인제의대 신용철·강동목 교수, 한강성심병원 손미아 전문의들이 인체공학 및 노동강도에 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강 교수는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협소한 공간에서 반복작업을 해야 하는 조선업종의 특성과 IMF 이후 강화된 노동강도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조의 이의식 산업안전실장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최근 몇 년간 수주량은 계속 늘었으나 신규직원은 채용하지 않아 1인당 작업량이 과중한 상태다.
또한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외에도 중대재해도 날로 늘어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이 실장은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 해 대우조선에서는 11명의 노동자가 추락·협착 등으로 사망했고, 일반 산업재해도 전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공업(주) 회사(대표이사 정성립) 측은 지난 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의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한편, 회사 측은 근골격계 질환 소견자로 판명된 노동자들에게 요양신청을 하지 말라고 회유하며 대량 직업병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근근막통증 증후군 진단을 받은 이모 씨는 "4일 부서장과 차장이 '가만히 있으면 회사에서 치료 해줄 거다. 산재요양신청 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수암판착출증으로 병원으로부터 수술까지 권고받은 유모 씨는 "부서의 안전담당자와 인력부팀장이 4일과 5일 '회사에서 공상으로 처리해 줄 테니 요양신청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