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경찰은 위중한 김 지부장을 구미 순천향병원과 차병원, 대구 푸른병원 등 몇 번씩이나 옮겼다가 민주노총과 가족의 강력한 요구로 10월 31일 새벽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김 지부장은 현재 얼굴과 가슴, 팔에 2,3도 화상을 입었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막가는 회사, 무법천지 용역들, 그 뒤에는 경찰
이미 ‘신문 1면’에도 나오고 야당 국회의원들도 방문했다고 하니 구미 케이이씨(KEC) 공장 소식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11월 2일 오전 케이이씨(KEC) 노사가 본교섭 원칙을 잡고 기본 합의에는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이씨(KEC)는 반도체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케이이씨(KEC)지회는 전체 조합원 714명 중 약 600여명이 여성조합원으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임금인상, 복지조항, 임금체계·인사제도 개선, 전임자 유지 등의 사항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수십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회사는 경영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교섭자체를 거부하여 왔다. 심지어 구미시 의회 국회의원들과 구미시장의 교섭촉구도 회사는 거부했다.
지난 5월 27일 케이이씨(KEC)지회는 금속노조 2010년 임단협 승리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6월 초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하였다. 이후 노동조합은 2~3일 간격으로 징검다리 파업을 진행하였다. 회사는 조합원들에 대한 개별적인 회유작업 등을 통하여 케이이씨(KEC)지회의 파업을 방해하고, 급기야 지난 6월 30일 새벽 1시 30분경 경비용역을 투입하여 노조의 농성천막을 부수었다. 경비용역들은 기숙사에서 취침 중이던 여성 조합원들을 감금하고, 폭력을 동원하여 내쫓았다. 용역들의 폭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조합원도 있었고, 임신 3개월 여성도 폭행을 당하였다. 또한 정문 앞에서 경비용역들은 소화기를 난사하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24시간 카메라를 촬영하고 있다. 회사는 조합원 가족에게 협박 전화와 협박 문자를 발송하고, 복귀자에게 각서를 요구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
더욱이 회사는 ‘직장폐쇄’를 선언하고, 그것을 빌미로 기숙사에서 조합원들을 전부 쫓아냈다. 조합원들에게 사무실은 물론 기숙사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조합원들은 공장 앞에 설치한 농성텐트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교섭을 수없이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현정호 지회장 외 3명에게 5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40명에게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를 하였다. 또한 현재 108명을 징계(해고 : 23명, 직위해제 : 85명)하고 7월부터 9월까지 약 100여명을 신규 채용하여 대체근로를 시키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어...공장으로 진입
이러한 상황을 타결하고자 남은 노조원들은 ‘죽을 각오’로 위험한 화학약품들이 가득한 공장에 들어갔다. 10월 21일 처음 공장으로 들어갈 당시에는 80명이 8일치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준비해서 들어갔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 달리 20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점거하게 되고 첫날부터 함께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버텨왔다. 노동자들이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회사는 단전, 단수를 하였고 모든 음식물과 의약품 반입을 금지시켰다. 강력한 항의로 다음날 정수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음식물과 의약품, 생리대, 속옷 등 모든 것이 들어갈 수 없다.
현재 점거장소인 제 1공장은 2층짜리 건물이고, 그 1층에는 화학약품이 담긴 병 500여개와 인화성 가스통들이 그대로 쌓여져 있다. 이들 인화성 가스는 밸브를 인공적으로 열거나 열이 가해져 터질 경우 엄청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또다시 용산참사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학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지난 10월 28일 대구지역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인권위 대구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긴급구제’를 요청하였다. 또한 지난 10월 31일 서울과 대구에서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음식물과 속옷 반입을 시도하고 구미경찰서에 있는 연행자들을 면회하였다.
산업도시 구미, 민주노총 마지막 제조업 사업장
현재 노동조합은 모든 것을 양보하였다. 한 노동조합 활동가는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는 것이 케이이씨(KEC)노동조합 상태요, 쟁점이 없는 것이 쟁점이라고 할 정도로 막가파식 케이이씨(KEC)라는 분노에 찬 울분을 들어야 했다. 타임오프제도 법적 한도를 수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인사/경영권 관련해서도 회사제시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임금도 동결하기로 하였다. 징계 철회, 고소 및 손해배상소송 취하가 겨우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이 참에 노조에 색깔을 바꾸겠다.” “타임오프는 문제가 아니다. 분사와 희망퇴직, 구조조정이 하고 싶다.”라고 공언을 하였다. 회사의 속내는 바로 노동조합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것이다.
케이이씨(KEC)는 구미에서 민주노총계열 제조업 사업장으로 마지막 남은 곳이다. 구미하면 산업도시이고, 작업복 입는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슬프게도 노동조합에 대한 계속되는 탄압과 폭력으로 이 도시에는 일하는 노동자는 있지만 사람답게 사는 ‘사람’은 없어지게 되었다. 과연 이명박 정권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에게 ‘노동권’이라는 단어가 남아있을 수 있을지 암울하기만 상황이다. 구미 케이이씨(KEC)를 다녀오고 나서 우리사회 인권이 얼마만큼 떨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권활동가로서 이토록 가혹한 폭력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다함께 고민하고 연대해 주기를 바란다.
덧붙임
아요 님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