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기 지음/ 책세상 페냄/ 2002년/ 252쪽
비전향장기수들이 겪어낸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감옥의 실상을 소개하고, 사회적 주체로서 비전향장기수를 새롭게 조명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10명의 출소장기수들과 3명의 교도관들의 진술에 기초해 비전향장기수의 수형 생활을 생생하게 재구성했고,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감옥 체제를 구체적인 현장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비전향장기수는 최고 복역기간 44년, 평균 복역기간 28년으로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사회로부터 완전하게 격리되고, 절대적인 침묵과 계속되는 전향공작으로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수형 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비교해서도 물론이고 정치범 내에서도 제도적으로 가장 최하층으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존재는 흔히 '감옥 속의 감옥'으로 묘사 될 만큼 19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는 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한국사회가 점차 민주화되면서 한국의 감옥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옥 바깥에서 이루어진 민주화 운동의 역할도 감옥의 변화에 한몫을 했지만, 감옥 안에서의 민주화 운동도 감옥을 바꾸는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필자는 주장한다. 그 과정에 참여한 비전향장기수들의 존재와 저항방식이 감옥을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