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교수노조', 교원으로서 지위 보장 요구
사실상 '일용직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의 현실에 대해 교육부가 침묵하고 있다. 10일 오후 2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전국비정규직대학교수노조(위원장 임성윤, 아래 비정규 교수노조)는 대학강사에게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요구하며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비정규 교수노조는 올해 초에도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장관이 바쁘다는 핑계 때문에 대학지원국장만을 5분 정도 만난 바 있다.
임성윤 위원장은 비정규 교수노조의 요구사항을 '시간강사제도 철폐와 계약직 교수로의 전환'으로 요약했다. 임 위원장은 "강의 전 (학교에) 이력서를 제출한 다음, (학교가 우리에게) 강의를 주면 고용되는 거고 강의를 안 주면 해고되는 거다"라며, 대학강사의 심각한 고용불안 현실을 고발했다. 쉽게 말해 제대로 된 '계약'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나마 강의를 맡게 된 대학강사라 하더라도 전임교수의 1/10 정도의 강사료만 지급받는다. 현재 강사료는 시간당 1만5천 원에서 3만7천 원까지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며, 월 평균 수입이 1백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대학강사들은 교통비, 식비, 교재비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강의가 없는 방학 중에는 수입이 전혀 없다. 의료보험, 퇴직금 등 사회보장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려대 강사협의회 김경수 회장은 "강사료만으로는 먹고살지 못해 번역, 논술, 학원강사 등을 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공부도 못하고, 공부를 못하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대학강사를 독립된 연구자, 학자로 봐야 하"고 "다른 것 안 하고 강사만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정규 교수노조 영남대분회는 △월 기본급 11만원 지급 △시간당 강사료 5천원 인상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1학기 성적입력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파업을 진행 중이다. 영남대의 경우 현재 강사료는 2만9천 원이다. 따라서 주 6시간 강의를 하는 대학강사의 경우에는 월 70만원도 안 되는 강사료만을 받는다.
하지만 영남대는 사실상 시간강사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는 '기본급 지급'에 대해 완강히 거부해 왔다. 이에 영남대분회는 9일 밤 계약직 교수제는 추후 계속 논의한다는 조건 아래 강사료 3만2천 원으로 잠정합의를 했다. 또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선에서 수강인원을 1백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분회 이동기 분회장은 "학교에서 강의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새로운 강사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비정규 교수들의 의지가 이루어낸 성과"라고 평했다. 현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며, 11일 조합원 총회에서 그 결과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