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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더 늦출 수 없는 에바다 정상화

"평택경찰, 폭력방조 중단하라"


"문제가 빨리 해결돼서 옛날처럼 지금 농아원에 있는 아이들이랑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옛 재단의 비리와 폭력에 질려 농아원을 떠나 97년부터 '해아래집'이란 이름으로 보금자리를 튼 청각장애 학생들의 소원이다. 이들은 지난 겨울 옛 재단 쪽 직원들과 농아원생들이 현 이사진과 원장, 교장 등의 농아원 출입을 가로막고 해아래집까지 들이닥치는 등 폭력의 한계선을 넘자, 에바다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해아래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5일 윤귀성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과 교장, 원장, 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소속 대학생들은 굳게 잠긴 문을 열고 에바다 농아학교에 들어갔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농아원과 학교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옛 비리재단 쪽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폭력의 온상처럼 돼버린 농아원을 청각장애학생들의 참교육의 터로 만드는 일.

그러나 16일 새벽 경찰은 오히려 합법적인 권한을 가진 이사진과 대학생들을 농아원 밖으로 강제로 끌어냈다. 15일부터 18일까지 농아원생과 직원들은 에바다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이사진들에게 수차례의 폭력을 가했다. 심지어는 전경과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주먹으로 때리고 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 동안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만도 연대회의 6명, 경찰 3명이나 된다.

이사 중 한명인 남구현 교수(한신대 사회복지학과)는 "그처럼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사하는 건 처음 봤다"라며, "지역 주민들까지도 농아원생들의 폭력이 공포스럽다고 말하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해아래집의 김선옥 교사는 "농아원생들 중엔 처음에 같이 농성했던 애들도 많은데, 옛 재단 쪽에서 금전적으로 유혹하면서 교사들과 해아래집 아이들을 미워하게 하고 나중엔 폭력에 물들게 만들어 버렸다"라며 안타까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같은 폭력을 방치하고, 오히려 18일 윤 이사장과 남정수 사무국장을 연행하려고 하는 등 편파적인 행동으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다. 남 교수는 "평택경찰과 시가 폭력을 방치하면서, 농아원생들의 폭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엔 미안해했는데, 농아원에선 아무리 폭행해도 처벌받는 일이 없다보니 폭력을 아예 몸에 익혀버린 것 같다"라고 답답해했다. 급기야 18일 새벽엔 농아원 인근 주민들까지 나와 경찰 관계자에게 왜 폭력을 방조하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 단체에선 농아원생들의 폭력을 유발시켰다고 현 이사진들과 연대회의를 비난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폭력사태의 근원을 없애야지, 정상화시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김 교사도 "해결책은 폭력과 파행운영의 장본인들인 옛 비리재단 쪽 직원들을 법원 결정대로 출입금지시키고, 원생들의 폭력 행사를 중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일 오후 3시 이사진들과 연대회의 등은 에바다 농아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폭력사태를 방관하는 평택경찰을 규탄하는 동시에 에바다 정상화를 앞당기자는 결의를 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