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이 사실상 소유한 사업장에 용역경비들이 난입, 농성 중인 노동자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13일 새벽 4시께 서울온천(대표이사 박중후)에 대호건설 소속 용역경비 40여명이 유리문을 깨고 들어와 농성 중이던 상가임대인과 노동자 이상호 씨 등 7명을 밖으로 끌어냈다. 노조와 상가임대인들은 지난 5월 15일 이후 서울온천 측의 일방적인 해고와 보상 없는 퇴거 통보에 반발해 서울온천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해왔다.
올해 1월 민국당 강숙자 의원이 설립한 (주)청석모정은 3월 14일 서울온천을 인수한 후 5월 14일 모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상가임대인들에게도 일방적으로 건물에서 나가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후 회사측은 가스·수도·전기 공급을 단계적으로 중단했고 용역경비를 수시로 투입할 것임을 넌지시 내비치며 농성자들을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노동자 김영수 씨는 "새벽에 용역들이 들어와 어깨와 허리를 양 옆에서 잡고 밖으로 밀어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침 10시께 박성일 씨 등 노동자와 임대상인 3명이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다 유리 파편에 맞아 손과 발 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오후 2시께 상인 이원자 씨는 사진을 찍다 경찰에 연행되던 용역 한 명에 얼굴을 주먹으로 맞기도 했다.
더욱이 한 캡스 노동자는 이날 동원된 용역경비들 몇몇이 지난 7월 천지 태광 공장에 투입됐던 이들과 일치한다고 말해, 용역경비가 노동탄압에 수시로 동원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덕일 서울온천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용역에 밀리고 다쳤는데도 노원경찰서 측은 용역경비들의 위법행위는 수수방관하면서 도리어 의경을 동원해 노동자들과 임대상인들을 막았다"라며 경찰에 대한 불만을 토했다. 또한 백남길 상가보상대책위원장은 "일반인도 아닌 국회의원이 어떻게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부도덕한 일을 할 수 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경찰은 오후가 되서야 용역경비 중 3명을 경찰서로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경찰서 강력5반 관계자는 이날 저녁 무렵 "이들을 폭력혐의로 형사 입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노조위원장은 "서울온천 측은 노조를 탈퇴하고 계약직으로 들어오라는 말뿐, 고용승계, 상가임대인 보호 등의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라며, "빨리 문제가 해결돼 사람들이 온천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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