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DJ 사면의지, 어디로 갔나?

양심수 1천5백여 명, 교도소에서 8․15 맞아


대통령의 재량권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사면이 이번 광복절엔 행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권시절 마지막 '8·15 대사면'을 기대했던 노동·인권단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양심수들은 노동자 40여 명, 한총련 소속 학생 20여 명, 집시법·국보법 등 위반자 30여 명,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1천4백 정도 등 모두 1천5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현 정부 들어 생긴 시국사건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나 서민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 저항한 노동자,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에 희생된 학생과 민주인사들"이라며, 대통령이 사면을 행하지 않은 것은 "노동자, 학생 등 양심수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손 실장은 "사면복권은 실정법이나 공안세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그야말로 대통령의 의중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라며, "현 정권은 말로만 인권과 민주주의를 숭배하지 실제로는 가증스런 노동탄압 정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98년 이후 4년 7개월 동안 노동쟁의 등과 관련해 구속된 노동자는 모두 7백88명이다. 일주일에 세 명 꼴로 구속된 것.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단병호 위원장 등 구속수배 노동자 1백12명을 포함 모두 1천8백32명에 대해 정부에 사면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사면 대신 '광복절 경축가석방'이란 형태로 8·15를 맞았다. 정부는 이번 경축가석방을 통해 형기 10년 이상 장기수를 포함해 모두 1천3백7명이 가석방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심재춘 씨나 폭력행위 등으로 구속된 전철연의 운보준 씨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민가협 송소연 간사는 "이는 특별사면이 아니고 매월 있는 가석방에 숫자만 조금 늘어난 것"이라며, "심재춘 씨나 운보준 씨 모두 자기 형기의 75% 이상을 수감 생활했다"라고 지적했다. 송 간사는 이어 "우리는 '8·15를 맞아서 국민의 정부 마지막으로 사면하라'고 요구한 것인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문제해결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오히려 허탈해했다.

한편, 평화인권연대 최정민 활동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도 양심수"라며, "앞으로는 이들도 사면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인권단체들을 만나 '병역거부자들도 양심수에 해당된다'고 이야기하고 인권단체들도 여기에 동의하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용어설명>
○ 일반사면은 특정한 죄에 대해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거나 공소권이 상실되는 것이며, 대통령령으로 행한다.

○ 특별사면은 특정한 자에 대해 형의 집행이 면제되는 것이며, 대통령이 행한다.

○ 감형은 형의 집행을 경감하는 것이고, 복권은 선고의 효력으로 인하여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령이나 대통령이 행한다.

○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이 수용자를 대상으로 임시로 석방하는 것이며, 형집행정지는 관할 검찰청의 검사가 집행 중인 형을 정지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