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할당제 못하면 다른 조치 불가능” 반론도 제기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할당제'에 대해 심도 깊은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정 총장은 지역할당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전국의 각 군에서 1∼2명씩 입학시켜 전체 신입생의 10% 정도를 지역에 할당하는 정도면 문제없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특성조사 결과, 서울·수도권·광역시 출신은 전체 신입생의 74%, 특히 서울 출신은 3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 2000년 시도별 학생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일반계 고교생은 전체 학생의 25.3% 였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14일 성명에서 "최근 몇 년간 서울대 입학생들이 대도시 출신과 부유층 등 특정지역과 계층 출신에 집중돼 왔던 것은 우리 교육의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며, 지역할당제에 대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의 차원 뿐 아니라 … 왜곡된 교육 구조를 탈피하는데 국립 서울대가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판단했다. 또 시험성적이 우수한 신입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일정한 수학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뽑아 "질 높은 대학교육을 통해 학문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지역할당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전교조도 인정하고 있었다. 전교조 한만중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전 국가를 사회·문화적 자본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저소득층 지역에 대한 집중투자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군 단위로 일률적으로 학생을 뽑는 지역할당제가 실시될 경우 대도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비판에 대한 보완책이다. 한 사무국장은 또 "이는 한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운동연구소 배경내 상임연구원은 "대학간 서열구조 자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불평등은 치유가 안 된다"라고 단언했다. 또한 "서울대가 여전히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핵심적인 인재들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할당제는 "서울대 중심론을 가지고 단지 서울대의 공익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대가 국가에 의한 차등적 지원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결국 배 상임연구원은 "서울집중 현상을 없애려면 지역에도 동일한 수준의 교수진과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할당제가 아니라 '지역에도 서울대와 비슷한 대학들이 많아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수노조 허영리 사무차장은 "지역할당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것조차 시행되지 않는다면 다른 조치들은 아예 불가능하다"라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교육서열을 파괴하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조치'로 당장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허 사무차장의 논지다. 불평등이 심화되다 못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할당제 도입에 대한 합의는 쉽게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