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동아시아 평화․인권 국제학술회의 여수대회’에서는 한국전쟁시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보고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 정강대학 모리 마사타카 평화학 강사는 지난해, 올해 2번에 걸쳐 중국 동북지역과 북조선에서 행한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전쟁시) 미군의 세균전은 틀림없이 행해졌다”라고 단언했다.

모리 강사에 따르면, 한국전쟁시 사용됐던 세균탄은 두께가 3센치 정도의 철제로, 길이 1미터20센치, 직경 37센치, 무게 70킬로다. 4칸으로 나뉘어진 세균탄은 페스트,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등에 감염된, 서로 다른 종류의 곤충이나 나뭇잎 등으로 채워진다. 세균탄이 투하되면 30미터 정도 높이에서 뚜껑이 열리고, 내용물들은 직경 1백미터 면적으로 확산된다.

미국의 세균공격은 52년 1～3월에 가장 심했다. 이때 중국이나 북조선엔 그 지역에 존재하지 않거나 겨울철에 있을 수 없는 벌레 등이 무수히 발견됐다. 당시 중국 동북지역엔 72회의 세균공격이 있었고 북조선엔 8백개가 넘는 세균탄이 투하됐다는 것이 중국과 북조선의 주장이다. 미국은 특히 세균에 감염된 조개를 짚으로 싸서 북조선 지역에 투하했다. 북조선에서는 조개를 선물을 할 때나 보존을 할 때 짚으로 싸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시 미국의 세균전은 52년 이미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국제과학위원회’의 조사활동을 통해 고발된 바 있다. 7백쪽이 넘는 『미군세균전쟁/국제과학위원회 조사보고서』는 “북조선과 중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은 미군의 세균전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공산주의 국가의 정치선전’이라며 세균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세균전이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 731부대 등에서 행한 ‘마루타’ 생체실험의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어떻게 일본의 생체실험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731부대원 등 생체실험 관계자들 중 단 1명도 동경재판에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7년 일본 미군정 법무부 조사보고서는 “일본의 생물전 자료는 미국에 있어서 국가안전 보장상 높은 중요성이 있고, 전쟁범죄로 기소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만약 전범재판에 부대원이 나오게 되면 그 정보가 타국에도 알려지기 때문에, (생물전 자료를) 전쟁범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인 미국은 일본의 생체실험 자료를 독점하기 위해 생체실험 전범들을 의도적으로 법정에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은 또 한국전쟁 시기 일본의 전 731부대장으로 하여금 세균전을 지휘토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세균은 핵 및 독가스와 더불어 인류역사상 가장 반인도적인 병기다. 모리 강사는 △식민지 전쟁책임을 철저하게 밝히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미국의 세균전에 대해 앞으로 보다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