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의료담당 고발…그러나 재발방지 정책권고 빠져
6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는 구치소에 수용됐던 만성 폐질환 환자 박명원 씨가 지난 3월 24일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행위를 게을리한 수원구치소 및 의무사무관 홍모 씨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의료방치행위에 따른 인권침해"라고 인정했다. 이에 인권위는 당시 수원구치소 의무사무관 홍 씨를 업무상과실치사 및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했으며, 진정인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고질적인 구금시설 내 의료 문제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아무런 정책 권고를 하지 않아 단기적 처방에 그치는 한계를 보였다.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1월 6일 뇌사상태에 빠진 박 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3월 24일 끝내 사망했다. 당시 법무부는 "박 씨의 병은 갑작스레 발생한 병으로, 구치소가 병세를 악화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본지 1월 26일자>
인권위는 조사 결과 "피해자 박 씨는 지난해 11월 28일 구치소 입감 당시부터 기침, 정신이상, 심폐기능 이상 등의 증세를 보이고 동료 수용자들이 끊임없이 의료조치와 병실수용을 요구했음에도, 구치소측은 △건강진단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병실수용 요구를 묵살했으며 △정신이상증세 및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진행 중임을 알고도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수원구치소와 의무사무관 홍씨의 행위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에 반하고 행형법에 저촉된다"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홍 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박씨의 X-ray 촬영을 지시해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소견을 받았으나 이후 한차례도 치료하지 않았고 교도관들은 12월 4일부터 16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근무일지에 '박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기록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홍 씨는 치료 소홀 등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구치소 의무과 직원에게 혈압, 맥박, 체온 등을 적으라고 지시하는 등 사후에 박씨의 건강진단부 내용을 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씨는 일단 "구치소 측이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걸 밝혀낸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 씨는 "그러나 재소자 의료문제는 현재 배치된 의료인력이나 자원을 볼 때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법무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아무런 정책권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축소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1년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사는 53명으로 수용자가 6만3천여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사 1인이 수용자 1천명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의료비 예산도 수용자 1인당 4만8천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교정시설에서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됐다 사망한 사람은 올해 본지가 확인한 것만 해도 박 씨를 비롯 3명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