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수형생활 어렵다" 진단에도 불구
검찰이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시급한 재소자에 대해 형집행정지를 허용하지 않아, 주위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98년 한총련 대표로 북을 다녀 온 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00년부터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김대원 씨는 지난 달 16일 전북대병원(정신과장 정상근)에 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수형생활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 2주간의 검 사결과 전북대병원은 진단서에서 "환자는 극단적 감정변화를 동반하는 행동장애를 보이는 등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한 기간동안의 정신과적 관찰 및 평가와 함께 장기간의 정신과적 전문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래 남에게 베푸는 착한 애였고 건강했는데 왜 그리 됐는지 모르겠어요." 김 씨 의 매형 지춘현 씨는 김 씨에 대해 이야기하며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김 씨가 정 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국정원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 치소로 옮겨진 이후부터였다. 같은 해 11월 의왕시 계요병원은 김 씨에 대해 종합 진료가 요구된다고 의견을 냈으나, 이후 '공주치료감호소'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 을 내 이듬해인 2001년 2월 형이 확정된 이후 최근까지 김 씨는 전주교도소에 수 감돼왔다.
김 씨의 상태는 동료 재소자들이나 교도소 측이 보기에도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일례로, 신문·물 등을 늦게 갖다준다고 교도관이나 동료 재소자 를 폭행해 다치게 하고 운동경기를 하다가 지면 욕설을 했다고 한다. 가족이나 지 인들의 면회도 이유 없이 거절하기 일쑤였다. 지난 9월 9일부터 24일까지 정밀진 단을 위해 전북대병원에 입원한 기간 동안에도, 김 씨는 검사를 거부하면서 몇 시 간 동안 발과 손에 잔뜩 힘을 준 채 똑바로 서 있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하루는 교도소로 돌아가겠다며 6∼7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서 있어 쓰러질 지경까지 간 적 도 있다고 한다.
이에 김 씨가 수감 중이던 전주교도소(소장 강보운)가 지난달 17일 전북대병원의 진단서를 첨부해 전주지검(김경진 검사)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달 29일 전주지검은 △추가 감정이 필요하고 △대검찰청과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며 △형기의 절반이 남아있으며 △공안사범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이를 불허했 고, 지난 4일 추가감정을 위해 김 씨를 공주치료감호소로 이감시켰다.
이와 관련, 8일 낮 1시 민가협, 전국연합, 불교인권위, 통일연대 등은 대검찰청 앞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질병을 앓고 있는 김대원 씨를 조속히 석방시켜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주치료감호소가 실제 정확 하고 객관적인 감정을 할 수 있는 곳인지도 의문스럽다"며 "지금은 추가감정이 아 닌 당장의 석방치료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