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인권현안에 적절히 대응해오지 못하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2003년 3개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인권현안에 적극 나설 태세다. 현재 인권위는 박경서, 유현, 류시춘 등 상임위원 3명의 책임 아래 각각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비정규직 태스크포스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정규직팀, 청문회로 현안 돌파
먼저 류시춘 위원이 이끌고 있는 비정규직 태스크포스팀(아래 비정규직팀)의 구성이 가장 발빠르다. 류 위원은 이미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 준비모임까지 마친 상태다. 류 위원 외에 비정규직팀에 소속된 인권위 관계자는 비상임인 정강자 위원, 김덕현 위원, 그리고 인권정책국 임승준 씨와 행정비서 1명 등 모두 5명. 류 위원은 앞으로 학계, 노동계, NGO 등에서도 팀원을 더 결합시킨다는 계획이다.
류 위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국가보안법이나 사회보호법처럼 법률 개폐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7%나 되는 만큼 노동시장의 핵심적 문제"라고 말했다. 덧붙여 △비정규직의 형태도 다양하고 △대법원판례도 친(親)사용자 쪽으로 나오고 있으며 △권고시 국가재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활동 방향과 내용이 고민스럽다"라고 솔직히 토로했다.
류 위원은 "사회적 안전망의 공백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겪는 어려움은 국민적 합의를 얻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철저히 '차별'이란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고용 형태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 현장 중심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한편, 정부와 공기업 내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직권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보법팀, 올해 안에 입장 발표
"인권위가 국보법 등 대표적인 악법들을 수술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인권위는 일상업무에 바빠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이런 반성 속에서 금년에 4개 현안을 뽑아, 차별금지기본법 제정은 중점 기획사업으로 하고 나머지는 태스크포스팀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박경서 위원은 태스크포스팀이 제기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 위원이 이끌 국가보안법 태스크포스팀(아래 국보법팀)에는 비상임인 신동운 위원, 조미경 위원, 인권정책국 정영선 씨 등이 결합하고 있으며, 앞으로 학자 1명, 법조인 1명,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2명을 결합시켜 매월 정기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박 위원은 "개인적 입장은 국보법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는 팀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 첫째주에 팀내 입장을 정하고 둘째주 전원위원회를 거쳐 올해가 가기 전에 인권위 이름으로 국보법에 대한 입장을 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보호법 태스크포스팀을 맡은 유현 위원은 "아직까지 구체적 구상은 나오지 않았다"며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개인적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을 회피했다.
공론화 전략 선행돼야
태스크포스팀은 인권'심판' 업무에 머물렀던 인권위원들에게 적극적인 인권'옹호'의 책무를 부과한다. 그래서 인권옹호에 무능력한 인권위원은 인권단체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이를 통해 인권위도 보다 적극적인 인권옹호 기구로 거듭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태스크포스팀은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법률전문가 중심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해 왔던 인권위의 활동방향과도 사뭇 다르다.
하지만 태스크포스팀이 인권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권현안을 사회적 쟁점으로 만드는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론화 전략부터 수립돼야 한다. 태스크포스팀은 인권현안에 대한 '논리적 입장'을 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해 온 지금까지의 모습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