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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새 정부 인권과제를 말한다 ① 반인권적 법제 청산

'정권안보' 그물망 걷어내야


지난 12일, 인권단체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새 정부 인권과제]에는 총 8개 분야에 걸친 방대한 인권과제가 망라되어 있다. <인권하루소식>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인권사안들을 각 분야별로 총 8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 편집자주


'인권대통령'임을 자임했던 김대중 정부가 닻을 내리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현재,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반인권적 법제들이 위세를 뽐내고 있다. 국가보안법, 준법서약제, 보안관찰법, 사회보호법 등 대표적인 구시대의 유물들이 아직도 버젓이 인간의 기본권을 짓밟는 통제장치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김대중 정부의 인권에 대한 약속이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했음을 잘 보여준다.

1948년 12월 1일 제정된 이래 무려 55년간이나 독재정권의 버팀목이 되어왔던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인권상황을 전근대적 수준에 묶어두고 있는 대표적인 반인권적 법률이다. '국가안보 이데올로기'를 최고의 국가이념으로까지 승격시키면서 체제와 정권의 안위만을 도모해 왔던 이 '정권안보법'은 수많은 조직사건과 양심수, 정치수배자들을 양산하는 모태로서 기능했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표현의 제작, 소지 등)는 '고무줄 조항'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됨으로써 '내부의 적'(정치적 반대자)을 탄압하고 정치적 반대의 싹을 자르는 통제 도구로 활용돼 왔다. 냉전이 해체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된 지금에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여전히 7조 위반으로 공안세력의 그물망에 걸려들고 있다는 사실은 7조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이렇게 공안세력들이 실적을 올리며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동안, 국민들은 '정권이 허락하는 안전한 선'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기검열'이라는 일상적 족쇄에 갇히게 됐다.

국가보안법은 또한 정권안보를 지원하는 많은 보조적인 법제들과도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현행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규칙'은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위반 수형자 등에 대해 '출소후 국법질서의 준수'를 서약하도록 하는 준법서약제를 마련해두고 있다. 98년 사상전향제도에 이어 새롭게 도입된 준법서약제는 '특정한 신념의 표현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사상전향제도와 동일하게 양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한총련 대의원들에게 강요되는 반성문 역시 준법서약제의 또다른 얼굴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보안관찰처분을 부과, 이들의 생활전반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보안관찰법 역시 사상범들을 영구적인 '창살없는 감옥'에 가두고 있다. 더구나 이 법은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보안관찰 처분 여부가 결정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중처벌의 성격까지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인권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

지난 99년 11월, 유엔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 7조의 시급한 개정과 함께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를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이 페지되어야 할 반인권적 법률이라면, 이를 보조하는 법률 역시 마찬가지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악법들을 폐지하는 것으로부터 인권 신장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