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국가권력에 의해 감시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정기적으로 자신의 동향을 신고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원이 내린 형벌로써가 아니라, 단지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법무부(검찰)의 판단에 따라 족쇄를 차야하는 사람들, 바로 '보안관찰 피처분자'들이다.
출소한 공안사범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관찰제도의 의도는 분명하다. 일단 '사상범'으로 낙인찍힌 자들은 영원히 국가권력의 감시망 안에 가둬두겠다는 것이다. 법조문 상으론 전두환도 보안관찰의 대상(내란목적 살인죄)이다. 하지만, 실제 보안관찰의 표적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일 뿐이다. 2년마다 처분을 갱신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법무부를 안심(!)시키지 못하는 이상, 그들은 죽을 때까지 감시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신념에 따른 행위의 대가로 이미 실형이라는 가혹한 처벌을 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출소 후의 전 생애를 감시하는 것은 어떠한 형벌이론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또, 일반범과 달리 사상범에게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것은 사상과 종교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근본원칙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야만적 국가폭력을 '법'의 외피를 씌운 채 용인하고 있다.
보안관찰법이 단지 사상범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진보적 사상을 가두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이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안관찰법은 그 피해자들만의 문제로 방치되어 있다. 법률로 정해진 신고 의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불복종과 그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는 일들이 반복될 뿐, 수많은 양심과 지성들의 관심도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상탄압법인 국가보안법과 달리, 인권개선을 위한 의제로조차 올라있지 못한 게 보안관찰법의 처지다.
무엇보다도 이 법률의 폭력성과 위헌성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법률가들의 침묵과 방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오는 6일 예정된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의 선고공판에 주목한다. 서 대표의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과감히 인권의 잣대를 들이대는 재판부의 용기(!)를 보고 싶다. 법원이 십수년 간 법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폭력을 대속하고, 인권의 역사에 한 획을 그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 1785호
- 200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