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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심층분석> 사회보호법 앞에 인권은 없다


지난 한해 동안 청송보호감호소에서는 세 차례에 걸친 단식농성이 있었다. 외부로 알려진 피보호감호자들의 단식 사유는 근로보상금의 인상, 가출소의 확대 등 처우개선이었지만, 그들이 징벌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곡기를 끊었던 진짜 이유는 사회보호법의 폐지였다.

보호감호제도의 근거인 사회보호법은 80년 '사회정화'를 내세운 삼청교육대를 합법화하기 위해 전두환이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해 만든 작품으로 이후 두 차례 개정됐다. 이 법에 따라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죄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합계 3년 이상의 형기를 받은 자가 재범을 저지른 경우, 법관은 7년 이하의 범위에서 감호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사회보호법이 "재범의 위험이 있는 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피보호감호자들은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우선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제도는 '이중처벌'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다. 아무리 상습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처벌을 받은 수형자에게 '재범의 우려'라는 불명확한 이유만으로 다시 감호소에 수용, 교도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우를 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처벌이기 때문이다.

보호감호소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역시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가혹행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피감호자들은 최저임금의 1/10에도 못 미치는 보상금을 받으며 노역을 강요당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으로 발병율이 높지만, 진료와 치료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보호감호제도는 본래 취지인 범죄예방의 실효성도 의심받고 있다. 2000년 현재 피보호감호자들의 재범율은 35.5%. 대다수가 장기 수용으로 사회적응력이 저하된 데다, 특별한 기술도, 돈도 없이 출소하다 보니 다시 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2000년 현재 사회보호법에 의해 보호감호소에 있는 사람만도 1600여명. 이들 피보호감호자들의 대다수는 '빈곤범죄'로 분류되는 '절도죄'를 저지른 현대판 '장발장'들이다. 빈곤은 개인의 나태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에서 파생된 문제로, 그 해결 역시 사회의 몫이다. 하지만 사회보호법은 그 근본적 원인에는 아랑곳없이 사회문제를 소외된 개인에게 전가하며 피보호감호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사회의 낙오자로 남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새 정부는 조속히 사회보호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