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몸을 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종착역으로 떠났다. 지난 18일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 모두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더욱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까지 도움을 갈구했던 희생자들의 고통과 절규가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는 안타까움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가 용의자인 김모씨에서 비롯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참담한 결과를 불러온 원인을 김씨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효율성을 추구하며 대규모 인력감축을 벌여 결국 승무원 한 명이 수천 수백의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열차를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 또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나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는 예정된 비극이었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눈을 감은 자본과 정부의 이윤추구는 수백 명의 참사를 낳는 인재를 면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근본적 대책 마련 없는 안전 장치도 장식에 불과함을 입증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를 접하는 일부 사람들의 공포와 분노의 화살이 '장애인 집단'을 겨냥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모두 격리시켜라', '정신장애인들은 다 죽여라' 등 섬뜩한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등장하고 있다. 2000년 발간된 범죄백서 통계에 따르면 장애 또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비장애인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 길들여진 사회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