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험난한 남미 역사 기록한 3편의 영화


올해 인권영화제에선 브라질의 새로운 영화운동이었던 '시네마 노보'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시네마 노보'는 독립 제작, 비전문배우 기용,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현장촬영 등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만들어진 극영화로 6,70년대 브라질의 영화 제작을 새롭게 꽃피운 실천이었다. <20년 후에>는 이러한 영화사적 맥락에서 매우 흥미로운 영화이다.

1962년 감독 에두아르도 쿠치노는 당시 브라질에서 가장 큰 소작농민연맹이 결성돼 지주와 국가를 향한 투쟁을 벌이고 있던 사페 지역의 상황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사페로 향한다. 그가 도착하기 2주전 사페에서는 농민 지도자 주앙 페드로 테시에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감독은 주연배우로 시위대의 선봉에 서있던 주앙의 아내 엘리자베스와 첫 계약을 한다. 그러나 2년 동안의 제작준비를 마치고 첫 촬영을 앞둔 1964년 1월, 사페에서는 농민과 경찰의 대규모 충돌로 11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 결국 제작은 중단된다.

그 후 제작진은 갈릴레아로 촬영지를 옮긴다. 갈릴레아는 1955년 결성된 농민연맹의 투쟁으로 자작 농민들이 마을을 운영하고 있던 해방구와 같은 곳. 감독은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그곳 농민운동을 이끌었던 투사들을 배우로 영화를 크랭크 인 한다. 그러나 촬영 시작 35일 만인 1964년 4월 1일, 쿠데타로 인한 민중운동 대탄압으로 엘리자베스와 농민운동 지도부, 스탭의 일부가 투옥되고 촬영은 대본의 40%만을 담은 채 중단된다. 1981년 감독은 20년 동안 간직해온 필름을 그의 배우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시 갈릴레아를 찾는다. 영화는 극영화로 시작해 증언과 회상이 교차하는 기록영화로 변했다가 극과 사실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로 완성돼 있다.

한편 올해 영화제에는 <칠레전투>로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보여주었던 파트리시오 구즈만의 <피노체트 재판>도 상영된다. 지난 1998년 런던에서 체포된 피노체트에 대한 처벌 여부는 칠레 민중들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전세계 인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감독은 피노체트의 학살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의 증언과 그의 기소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피노체트 철권 통치를 우회적으로 고발하는 영화 <피노체트의 아이들>도 흥미를 끄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부모를 독재자 피노체트의 먹이로 빼앗긴 채 성장해 이후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던 세 주인공의 삶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때 독재에 항거해 젊음을 불태운 이들은 이제 운동을 떠난 이른바 ꡐ칠레판 386세대ꡑ이다. 영화는 운동의 과거를 버리지도 끌어안지도 못하는 이들의 아픔을 담담하게 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