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권' 주제…개막작 <선택> 감동의 한마당
23일 저녁 6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200여 명의 시민과 사회단체 활동가, 영화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7회 인권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꼬빌 씨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김영옥 씨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총 33편의 국내외 상영작 소개,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멀리 스위스에서 찾아온 <방이 없어요>의 감독 마리 장 우렉 씨의 축사, 일하는 사람들의 그룹 <햇빛세상>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올 인권영화제의 주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영화제는 25일을 특별히 '이주노동자의 날'로 선정해 멕시코 경제자유특구의 문제점을 파헤친 <국경을 노래하다>와 뉴욕 남미 이주자들의 꿈과 좌절을 다룬 극영화 <도시> 등 이주노동자 관련 영화 7편을 집중 상영한다. 또 이날 오후 4시 20분부터 아트큐브에서는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삶과 문화를 나누고 연대의 촛불을 밝히는 특별행사가 마련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정아 씨(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일할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영화제가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조명하고 이들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동 사회를 맡은 꼬빌 씨도 개막식에 앞서 "이번 영화제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고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를 얻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꼬빌 씨는 6년전 방글라데시에서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지금은 불법체류 상태로 일하고 있다.
올 인권영화제의 또 다른 관심 주제는 '미국의 전쟁범죄'다. 걸프전의 진실을 파헤친 <감춰진 전쟁>, 아프간 전쟁 당시 자행된 포로살해 문제를 추적한 <아프간 대학살> 등이 관객을 찾아간다.
국내 작품으로는 △장애인 이동권 △월드컵 △탈북 이주민 △성매매 피해여성 △여성 비정규노동자 문제 등 다양한 인권문제를 다룬 총 1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가운데 어떤 작품이 '올해의 인권영화'의 영광을 안을지는 28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영화제 전 기간동안 아트큐브 로비에서는 '박기범과 함께 하는 이라크통신' 어린이들이 '반전·평화'를 주제로 직접 그린 그림 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개막작 <선택>, 관객들 "울고 웃었다"
오늘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은 단연 개막작으로 선정된 홍기선 감독의 <선택>이었다. 43년을 복역한 장기수 안학섭 선생을 비롯해 10여 명의 장기수 선생들과 3백여 명의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울고 웃으며, 과거 국가범죄의 잔혹성을 스크린을 통해 호흡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대학생 박유민 씨는 "우리 세대는 전혀 접해보지도 못한 잔혹한 전향공작의 실체와 장기수 어르신들이 신념을 위해 감내해야 했던 뼈아픈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그나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이전 가혹한 탄압의 역사를 헤쳐 나온 그분들의 투쟁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