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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설>표류하는 '이주노동자 대책'


지난해 3월 12일 정부는 '불법체류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불법체류외국인의 자진출국을 유도하기 위하여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고, 기간 내에 신고한 모든 불법체류외국인과 그 고용주에 대하여 처벌을 면제하는 동시에 올해 3월 31일까지 최장 1년 범위 내에서 출국준비기간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고기간 동안 접수처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북새통을 이뤄 반나절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같은 해 11월 자진신고자 중 체류기간 3년 미만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출국기한을 재유예하고, 불법체류자 단속강화와 산업연수제도를 보완하는 '외국인력 제도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자진 출국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전원 강제출국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일시에 많은 외국인력을 출국시킬 경우 산업현장의 인력수급에 혼란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취한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현 외국인력 도입제도 자체에 있다. 91년부터 시행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저임금·단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돼왔다. 연수생에게 노동자 신분을 인정하지 않아 여권압류·감금노동·사업장내 폭행·저임금·임금체불 등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연수생이 사업장을 이탈하여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에 이주노동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연수생제도 철폐, 불법체류자 사면, 노동허가제 또는 고용허가제 실시' 요구가 계속됐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체제도로써 노동허가제는 노동허가를 받은 이주노동자가 외국인 고용허가를 받은 고용주와 일정한 조건 하에 자유계약 하도록 하는 반면,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에게 노동자를 선택할 권한을 주고, 고용주와 계약이 성립된 상태에서만 노동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한편 지난해 8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연수생제도의 단계적 폐지와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그리고 지난 90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올해 3월부터 발효되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를 내국인과 동등하게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