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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인권선언운동] 이주노동자 인권선언

경제 도구에서 ‘사람’으로

<편집인 주> 이 선언은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주최로 지난 11월 30일에 열린 ‘이주노동자 살인적 단속추방 중단과 인권·노동권 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곳, 한국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경제 도구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존엄과 인간의 권리는 국적과 경제적 능력이라는 벽 너머, 우리 밖에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권리가 외면되는 다문화 사회는 거짓이다. 이주노동의 권리가 경제 도구를 사용할 권리로 왜곡된 사회, 우리 앞에 온갖 수식어를 붙여 배제와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 이주노동의 권리와 차별철폐를 위한 외침에 강제추방만이 처방인 사회, 국적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회적 권리와 평등이, 노동의 권리와 가치가 부정되는 사회, 이 한국사회의 다문화는 모두 기만이다. 15년 전 우리 선배들은 한국사회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기 위해 온 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선배들 스스로 옭아맸던 차별과 억압의 쇠사슬을 끊으려 한다. 이것은 우리를 사람이 아닌 경제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모든 정책과 시선에 대한 저항이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단기순환 이주노동정책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언제든 필요할 때 쓰다 폐기하면 그만인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는 단기순환정책은 반인권과 차별의 시작이다. 경제 도구는 필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갈 사람은 싫다는 한국사회의 시선과 가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하며 이제는 이주노동자권리가 보장됐다며 큰 시혜를 베푼 척 선전을 했지만, 단기순환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 이주노동자는 영원히 일하는 기계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이곳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을 부정하고, 한국사회 스스로의 필요와 정의도 부정하는 단기순환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는 원하는 곳에 정주할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는 인간사냥 식 강제단속추방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신체의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한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정 반대다.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 ‘뛰어 내릴 테면 뛰어 내려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무법의 시대다. 신체의 자유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도 피부색과 국적 앞에서 무색해진다. 우리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인간사냥 식 단속을 집행하고 있다는 한국정부의 주장은 자신들의 반인권적, 불법적 행위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우리를 영원히 일하는 기계로 남겨두기 위해 우리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행되고 있는 인간사냥 식 단속추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존엄과 생명을 지킬 권리를 가진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 노동의 가치와 권리가 제약되고 있는 지금의 고용허가제를 거부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의 권리 대신 사용자가 가진 고용의 권리만이 일방적으로 보장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예속 상태에 놓이지 않을 권리도 고용허가제는 부정한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결성한 권리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는 노예노동자.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받을 권리가 이미 무너진 한국사회에서 피부색과 국적으로 갈린 우리는 최저 임금마저 주기 아까운 낡은 기계일 뿐이다. 한국정부는 체류자격 유지를 미끼로, 인간사냥 식 단속추방을 무기로 이 불평등한 제도를 유지하려는 안간힘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흘린 땀의 가치와 노동의 권리를 아는 이 땅의 노동자,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 우리는 이 땅의 노동자, 사람이다. 언제까지나 불쌍한 외국인이기를 바라는 한국사회의 시선을 오늘 우리는 당당히 거부한다. 10년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해도, 햇빛 한줌 들지 않는 공장 한 켠 컨테이너 박스에서 전기담요 하나로 한겨울을 견뎌도, 신입사원이 10년차 우리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도 이 땅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미소를 보내야 할 것 같은 불쌍하고 고단한 일 기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노동자로서 세금을 내고, 이 땅의 국민들에게 보장된 보편적 권리와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이 땅의 노동자,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행동해야 할 권리가 사회적 연대의 권리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한국사회의 모든 차별에 손을 내민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등 이 땅의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그래서 더 커진 우리는 분명 한국사회를 좀 더 평등하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으로 밀고 갈 것이다.

2008. 11. 30



경기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경북지역일반노조, 대구이주연대회의,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전충청이주노동자공대위, 부산·경남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공익변호사그룹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자의힘,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서울시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연구공간수유+너머,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철거민연합, 학생행동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해방학생연대, 대학생사람연대, 성동광진이주노동자인권지킴이, 전국빈민연합, 전국학생행진(건), 전국해고노동자복직위원회, 진보신당, 이주노동자의방송(MWTV)),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 ‘이주노동자 살인적 단속추방 중단과 인권·노동권 보장 촉구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Migrant Workers’ Declaration of Human Rights

We are mere economic tools here in South Korea. The dignity and rights that every human should enjoy only exist beyond our reach, outside the barriers of nationality and economic capacity. Yet Korea has become a multicultural society. A society that neglects dignity and basic human rights cannot be truly multicultural. Korea is a society where right to migrant labor are distorted into the right to use economic tools, where exclusion and discrimination is encouraged with every modifier on earth, where the only response to the clamor for right to migrant labor and abolition of discrimination is forced deportation, and where nationality and economic capacity define social rights, equality, and the value of labor. The so-called ‘multicultural society’ in Korea is a deception. Fifteen years ago, our predecessors volunteered to be confined in chains to expose the hypocrisy and falsehood of Korean Society. But today, we are going to break these very chains of discrimination and suppression. This is our resistance to all the policies aimed to use us as economic tools.

We refuse Korean government’s migrant labor policy of short-term cycle. For we are not machines easily used and disposed in case of need. A short-term cycle policy without an understanding and concern for people means an onset of discrimination and anti-human rights. It’s a barometer that shows the contradiction of Korean society, which clamors for economic tools but not the neighbors to live together. It advertised to be so generous when it passed the Employment Permit System bill, saying that the rights of migrant workers are now guaranteed. However, we migrant workers would remain as working machines as long as the short-term cycle policy continues to exist. We have already settled down in this country, but the short-term cycle policy denies this fact, regardless of Korean society’s own need and justice. It should be abolished immediately. We have the right to settle down wherever we want to.

We refuse the forced deportation that infringes on human dignity like a witch-hunt. Every person has a personal freedom and the right to that freedom, which should be protected. However, our reality is exactly the opposite. It is chaotic and lawless, saying ‘do whatever you want if you can’ after cornering us to the edge of the bottomless cliff. The minimum right to personal freedom cannot find its place before the color of skin and the nationality. The Korean government’s claim that its ruthless regulation is to protect our human rights and stabilize the society is a mere lie to hide its illegal deeds of anti-human rights. The regulation and deportation, which are carried at the expense of our lives to make us the perpetual working machines, should be stopped immediately. We are humans with rights to our own dignity and lives.

We refuse the current Employment Permit System that restricts our rights to our labor and the values thereof. It denies the three labor rights (right to organize, right to collective bargaining, and the right to strike) that should be guaranteed for every worker, and it only guarantees the rights to employment instead of the right to labor. The Employment Permit System also denies the right not to be held in slavery or servitude. We are slave workers deprived of right to organize labor union and the freedom to move from workplace to workplace. In a society where the right to earn the same amount of wage for the same amount of labor has already been infringed, we are mere obsolete machines who can barely earn the minimum wage. Korean government should stop this effort to maintain this unequal policy. It should stop its brutal regulation/deportation and the threat to alter migrant workers’ status of residence. We are humans with freedom to choose our occupations, and we know the value of our work and our rights to labor.

Yes, we are the workers on this land, and at the same time the humans. We reject the Korean eyes that want us to remain poor and miserable. This workaholic machine, which always smiles despite its 10-year exile from family, sleep in a container box without any sunshine or heater, and the fact that a rookie Korean earns more than 10-year veteran migrant worker, is not us any longer. We are the workers and humans who pay tax as Korean workers and have the rights to enjoy universal rights and public service guaranteed to all the citizens in this nation.

And we know that it is the solidarity rights that we need to exercise in order to realize all the aforementioned rights. We know only too well. Thus, we give our hands to all the discriminations in Korean society today, to those who resist the discrimination against nonstandard workers, women, farmers, the disabled, sexual minorities, and much more. In the end, we will make Korea a more equal society, and furthermore make it a world where human rights are fully guaranteed.


Participants of the convention to urge the government to stop brutal regulation/deportation of migrant workers and guarantee human rights and labor rights

11/30/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