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문제 토론회, 다양한 시각차 재확인
지난 4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이후 세계의 관심이 북핵 문제로 옮겨진 정세 속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인권에 목적을 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인지'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내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합리적 방식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돼 관심을 끌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이미경 의원 등 60여 명의 국회의원이 모여있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회모임'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 법학)는 "유엔 결의안은 북한 인권현실에 대한 타당한 권고를 담고 있지만, 북한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는 체제위협이나 경제제재 등의 외부적 요인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한계를 짚었다.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질타하는 이면에 깔린 정치적 의도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국내 보수적 인권단체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이 교수는 "우선 북한과 남한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 문화 협력, 인도적 지원' 등 인적 교류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북한이 헌법, 형법 등을 개정하고 유엔 인권조약에 따른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변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점진적으로 인권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식량난과 같은 당면과제의 해결에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이원웅 교수(관동대, 북한학)는 수천 명에 달하는 탈북자가 존재하는 현실과 그들의 증언을 근거로 "북한의 인권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남북한의 이념적-군사적 대치현실, 핵 문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 등과 연관된 복잡하고 민감한 정치적 현안"이라고 하면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국내외의 국가와 NGO 등이 전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오완호 국장은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북한의 인권상황을 최악이라 비판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의 인권상황이 심각하다고 주장한 이원웅 교수 역시 "최근 개선된 북한의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길이 없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한편, 방청객으로 참여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오경섭 사무국장은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정권보다도 북한의 인권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북한 인권문제의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북한 정권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병규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의 폭압에 순응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과거 폭압적인 정치에 저항이 따랐던 우리의 현대사에 짚고 '북한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들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