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대표들, 진보의련 이적 판결 강력 규탄
"진보의련이 이적단체라면 진보의련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는 우리도 이적단체다. 공안당국은 우리도 기소하라."
13일 오전,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운동연합'(아래 진보의련)에 대한 이적규정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아래 민교협) 등 55개 인권·사회단체들의 대표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앞서 서울지법 형사21부는 진보의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이 단체에서 활동했던 이상이 씨(제주의대 교수)와 권정기 씨(전 일산 ㅈ보건소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지난 4일 내린 바 있다.<본지 6월 10일자 참조>
참가단체들은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이적규정 유죄 판결을 받은 진보의련 사건에 대해 "정권교체기에 극우세력들에 의해 자행된, 전형적인 공안조작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에 대한 기소는 2002년 1월 이루어진바 있다. 이들은 또한 "진보의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6년간의 지속적인 사찰과 도·감청이 행해졌던 사실에 대해서도 엄중 항의한다"고 밝혔다.
황상익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인 판결이 소위 참여정부 시대에도 나와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우리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해왔는데, 이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진보의련이 주장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진보의련이 못 다한 활동을 우리가 힘차게 해나가겠으니 사법당국은 우리를 기소하라"며 "기쁜 마음으로 국가변란의 주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손호철 민교협 공동의장도 "재판부가 이적 판단의 근거로 삼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개념은 과거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한국사회를 규정하며 사용했던 개념"이라면서 "공안당국은 나를 포함한 동료 학자들도 기소하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또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이 같은 판결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이 씨와 권정기 씨도 "공안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보건의료계도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향후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앞장 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참가단체들은 향후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