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유족 증언대회…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아래 통합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2003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 증언대회'가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아래 전국학살규명위)와 109개 인권사회단체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그간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민간인 학살에 관한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 "어휴, 답답해라" 등을 연발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족들의 증언에 앞서 전국학살규명위 이해동 상임공동대표는 "민간인 학살사건이 잊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증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증언대회가 통합특별법 제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 북촌리 학살사건 유족인 부청하 씨는 "국군이 1천여 명의 마을 사람들을 초등학교 인근으로 끌고 가 학살을 자행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1950년 포항 여남 송골계곡에서 미군의 함포사격으로 동생을 잃은 안인석 씨는 "갓난아기였던 동생은 그 자리에서 죽고, 동생을 안고 있던 어머니는 평생 왼쪽 팔을 쓸 수 없게 됐다"며 "아직도 내 눈앞에 펼쳐졌던 피바다의 광경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부여 '금강문인회' 학살 유족 류황렬 씨는 "과거 50여년 간 빨갱이로 몰려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온 분들에 대하여 명예회복을 시켜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금강문인회' 사건은 일제시대 독립활동을 했던 단체 회원들에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의 혐의를 씌워 경찰이 학살한 사건이다.
17일 현재 112일째 국회앞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학살규명위는 지금까지 222개 단체의 공동 지지성명과 각계 1천인 선언을 이끌어내며 통합특별법 제정의 절박성을 알려왔었다. 5월에는 법무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관련 실무자와의 면담에서 통합특별법 제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해,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상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거창 보도연맹 학살 유족인 엄창주 씨는 "과거 국가권력이 저질렀던 잘못을 인정하고 국회는 더 이상 희생자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망동을 말라"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의원도 "관련 부처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통합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