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지원금 회수에 기구 축소까지 거론하며 인권위 맹공
그간 보수언론의 협공을 받아온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이번에는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지원문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19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권위 주요 현안보고 자리에서, 법사위 의원들은 인권위 예산과 활동의 축소까지 거론하면서 인권위의 일부 활동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의원들은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면서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한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인권위는 지난 4월말 인권사회단체 협력사업 중 하나로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개선을위한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가 신청한 다큐멘터리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가제) 제작 프로젝트에 대해 1,300만원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은 인권위 내부 규약에 따라 인권위에 소속되지 않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사업심사위원회'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질의에 나선 김학원 자민련 의원은 "인권위가 '양심적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제작에 정부 예산을 지급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지원금을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회수가 어려울 경우 인권위라도 변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도 대체복무제 개선 활동을 "반국가적 활동"으로 규정하며 "만약 자신이 낸 세금이 반국가적 활동에 사용돼 세금을 거부하겠다는 분위기가 일 때 인권위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겠느냐"고 몰아세웠다.
이러한 비판은 이미 6월초 보수언론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인권위의 제작 지원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인권위가 병역거부를 부추긴다", "국가예산 지원이 인권위 직원의 검토도 없이 이뤄졌다"며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는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씨는 또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후 그 내용의 편파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면 모르지만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작품에 대해 지원 자체만으로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승 교수(국민대 법대)도 "총 대신에 감옥을 선택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문제삼는 국회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실정법 수준으로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인권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야말로 인권위의 존재 의의인데, 여기에 실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지원을 결정한 선정위원들의 구성 자체에 이미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원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유엔에서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주장에 대해 법을 다루는 법사위가 너무나 모르고 있다"며 법안을 발의할 국회의원마저 없는 대체복무제 법안에 대한 법사위 의원들의 관심과 이해를 촉구했다.
한편, 법사위의 이러한 맹공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라크전 반대 의견과 네이스의 인권침해 요소 지적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인권위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에서 비롯된 트집잡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