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의 집회를 문제삼아 노조 지부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지법(판사 노재관)은 사전신고 없이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 위반이라며 강남성모병원 한용문 지부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한 지부장을 법정 구속했다. 한 지부장은 이튿날 항고했다.
강남성모병원 지부가 소속돼 있는 가톨릭 중앙의료원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이사장인 정진석 대주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석 달 가량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이 파업과 관련해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심 재판을 기다리던 한 지부장을 집시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해, 결국 실형 선고를 받기에 이른 것.
강남성모병원 황인덕 부지부장은 "2선으로 물러나 지부활동을 정리하고 있던 한용문 지부장을 지난해 집회를 빌미로 법정 구속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명동성당에서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와 농성이 수 차례 진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 지부장에게만 실형을 선고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김성주 선전국장은 "재단을 상대로 집회를 진행한 조합원만을 집시법 위반의 잣대를 들이대 문제삼는 것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과)도 "명동성당에서의 집회를 집시법을 들이대 실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그간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최후의 의지처가 되어왔던 명동성당 고유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이번 판결은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이 지켜온 민주화의 성역이 공권력에 의해 침탈당한 것을 의미한다"며 법원의 판결을 강력 비판했다.
현재 한용문 지부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며, 지난해 파업과 관련한 2심 재판이 8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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