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검열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 민주노총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랐던 김일성 주석 찬양 게시물 사건으로 게시판 운영을 잠정 중단한 지 9일만에 운영을 재개하면서 밝힌 입장이다.
우리는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와 국정원, 경찰청,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합작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인권의 원칙에 충실한 태도를 견지한 민주노총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21세기를 훌쩍 넘어선 오늘까지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생명력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 게시판을 '김일성 게시판'이라고 매도한 조선일보의 게시판에도,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중앙일보의 게시판에도 비슷한 게시물이 올랐지만, 이에 대한 삭제요구나 수사방침이 내려졌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반면에 기껏 맑스의 『자본론』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얼마전 대학생 2명을 구속하더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홈페이지 게시물에 대해서는 삭제도 하고 수사도 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다.
일찍이 미국 연방대법원 홈즈 판사는 사상의 자유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하나의 사상만이 허용되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일 수 없다. 단 인종주의와 전쟁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행위만이 제한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도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이 인권의 상식이자 철칙이지 않는가.
그것이 맑스의 사회주의 사상이든, 주체사상이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게시물이든 관계없이, 토론하고 국민들이 판단케 하라. 국가가 미리 사상을 재단하고, 의사표현의 길에 견고한 바리케이드를 치는 반인권적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인터넷에 대한 국가 검열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해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우리의 확신이다.
- 2385호
- 200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