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고생하며 기술도 배웠고, 한국말이며 문화도 다 배웠어요. 그런데 왜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는 겁니까? 일손이 필요하면 우리를 먼저 합법화 해줘야지, 왜 내쫓나요? 너무 억울해요."
한국에 온 지 6년이 됐다는 나딤 씨(방글라데시)의 호소에는 한국에서 추방 위기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절절함이 배어있었다.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의 병행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이 31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26일 민주노총 산하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조합원과 시민, 학생 2백여명은 '법 제정 반대' 집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인권침해의 대명사인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고용허가제 역시 반대한다"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비자를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고용법'에 따르면, 올 3월 31일을 기준으로 △3년 이상 4년 미만 체류한 이주노동자는 일단 출국했다 재입국해야 하고(출국전 기간 합산, 5년간 취업가능), 4년 이상 된 이주노동자는 모두 강제 추방된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추정하는 4년 이상 국내 체류자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나딤 씨는 "고용허가제가 통과되면 한국에서 일한 지 4년이 넘는 나 같은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자기 나라로 추방당하게 된다"며 "사람사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필요 없다면 당연히 돌아가야겠지만, 한국은 우리 일손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왜 일하던 사람한테는 허가를 안 내주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이주노동자지부 조합원 샤멀 씨(네팔) 역시 "고용허가제도는 한국의 NGO와 노동단체들이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산업연수생제도를 그대로 둔 나쁜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답게, 노동자답게 일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살 된 아들 애니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수히도 씨(방글라데시)도 "아들과 아내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안 됐지만, 5년이 넘은 나는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며 가족과의 생이별을 걱정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김혁 비정규사업부장은 "고용허가제로 3년간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도록 해 자본가 뜻대로 노동자를 부릴 수 있게 한다"며 "고용허가제는 노예 노동의 족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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