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지적재산권협정 최근 합의안…강제실시 엄격 제한
지난 8월 30일 제네바에서 합의된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 협정) 6항의 최종 결정안에 한국정부가 동참한 것은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과 생명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위라는 비판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5일 오전 11시.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건물 앞에서는 'TRIPs 합의안 타결을 반대하는 WTO반대 투쟁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1년 11월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대한 선언'(도하선언) 6항은 공종보건을 위해 '특허 의약품에 관한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지만, 그 동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최빈국간의 입장 차이로 구체적 이행방안에 관한 합의를 보지 못하다 지난달 말 TRIPs 이사회에서 전격 합의안이 도출됐다.
약국노조 준비위원회 전광희 사무국장은 "이번 TRIPs 합의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강제실시 수혜국의 범위를 최빈국으로만 한정하고, 시행 절차도 까다롭게 규정하는 등 강제실시를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강제실시란 특허 의약품을 특허권자의 허락없이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제3자에게 부여해 비슷한 효능이 있는 저가의 복제약을 전 세계 어디든 필요한 환자들이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민중의료연합 박주영 사무처장은 "백혈병 환자들이 한 알에 2만원도 넘는 글리벡을 먹기 위해서는 한 달에 300만원도 넘게 들어간다. 너무나 비싼 가격에 돈이 없어 약을 사먹지 못하는 환자들이 이 시간에도 죽어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한국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진정 생각한다면, TRIPs 최종 결정안에 대한 합의를 즉각 철회하고, 이를 폐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자회견장 앞에서 거리선전전을 진행하던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이문석 씨도 "환자들의 생명이 쓰레기 취급당하는 것 같아 비참함을 느낀다"며 "의약품 특허와 독점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 사람의 목숨보다 과연 더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대표도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특허 독점을 반대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는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대변해준 것에 다름 아니다"며 결정안에 합의한 한국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WTO반대 투쟁단은 오는 10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TO 5차 각료회의를 저지함으로써 TRIPs 합의안의 타결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