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국민은 안전과 자유 모두를 누릴 자격이 없다." - 벤자민 프랭클린
지난해 많은 논란 속에 입법이 무산된 테러방지법이 또다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사회단체들이 입법저지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등 60여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제정반 대공동행동'은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의 중단을 촉구했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현 정부에 기대하고 있었던 우리는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 추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오랜 피와 땀을 통해 성취한 현 수준의 민주주의와 인권마저도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법안은 테러범죄와 단체구성, 불고지죄 등에 관한 벌칙조항을 삭제하는 등 지난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일부 조항을 수정하였지만,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총괄·지휘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한때는 월드컵을 핑계삼더니 이제는 또 무엇을 이유로 내걸 것인가"라고 물으며 테러방지법의 추가 입법에 어떠한 명분도 있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테러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테러를 포함한 안전업무나 재난관리업무 등은 기존 국가기구에 의해 이미 수행되고 있는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를 중복해서 둘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 민변의 장주영 변호사는 "국정원은 현재 테러대책기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중앙정보부 시절이 최고였다.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또 장 변호사는 비밀조직인 국정원에 대한 외부 통제기제의 부재를 지적하며 "국정원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인 테러에 관한 정보만 수집하면 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테러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일반 행정기관이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는 9·11 이후 세계적으로 시민권이 제약되고 반테러법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정보기본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는 경향을 지적하며 "각국의 보수공안세력들이 9·11을 자신들의 권한 강화의 계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권한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 △법안에 국정원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 △국내 치안문제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없었던 점 등을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향후 테러방지법에 관한 의견을 정부와 관련부처에 전달하기로 하고 지난 대선 후 중단된 국정원 개혁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