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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백혈병환자들, 복제약 수입 비상

인도특허청, 노바티스에 글리벡 독점판매권 부여

백혈병 환자들이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지난달 인도특허청이 인도 내 글리벡 독점판매권을 '인도 노바티스'사에 부여함에 따라 값싼 인도산 글리벡 복제약을 복용해온 전세계 백혈병 환자들이 더 이상 약을 구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도는 2005년으로 예정된 WTO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특허를 인정하지 않아 복제약의 생산이 가능한 나라이다.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은 환자 1인당 1년에 최소 3240만원(1일 네 알 기준)에 이르는 글리벡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인도에서 생산되는 값싼 복제약을 개인적으로 직수입해 왔다. 특히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처럼 보험적용에서 제외된 환자들은 아직까지 안정성이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글리벡의 1/10인 2500원에 불과한 복제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백혈병환우회 권성기 사무국장은 "인도 내에서 복제약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제약회사들이 생산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인도특허청의 결정이 한국 환자들의 목을 죄게 된 것은 한국정부가 초국적 제약자본에 대한 저항을 스스로 포기한 데서 비롯됐다. 글리벡의 국내 판매가 허용된 것은 지난 2001년 6월. 정부는 같은 해 11월 한 알 당 원료비가 845원 정도에 불과한 글리벡의 약값을 1만7862원으로 고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허권을 무기로 공급을 일시 중단하며 약값 인상을 고집한 노바티스에 결국 굴복, 2002년 1월 약값을 2만3045원으로 결정해 환자들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이후 보험적용이 말기뿐 아니라 초·중기 환자들에까지 확대되고 본인부담률도 기존 30%에서 20%로 낮아졌으나 약값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국민 주머니를 털어 초국적기업인 노바티스의 이윤을 보장한 꼴이 됐다.

이어 특허청마저도 지난 3월 보건의료단체들의 글리벡 강제실시 요구에 대해 "글리벡 공급이 현재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며 자기치료 목적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강제실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상업적 목적으로"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이 약을 생산하게 하거나 복제약을 수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강제실시가 마지막 희망이었으나, 이마저도 좌절된 것.

이에 대해 남희섭 변리사는 "특허청 결정은 환자 개개인이 알아서 복제약을 수입하라고 방치한 셈이었는데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인도특허청의 이번 결정은 한국정부가 그랬듯이 노바티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의혹이 지배적이다. 인도특허법은 1995년 이후 외국에서 특허 출원된 의약품에 대해서만 인도시장에서 독점판매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글리벡 특허는 93년 스위스에서 출원돼 애초부터 독점판매권 부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15건의 독점판매권 신청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복제약을 생산해온 인도의 낫코(Natco), 선(Sun) 등 6개 제약회사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8개 보건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글리벡 공대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정부의 글리벡 강제실시 결정을 다시 요구하고,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리는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해 세계 사회단체들과 '인도 노바티스'사를 항의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