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3대 법안이 마침내 7일 오후 늦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아래 법사위 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들은 물론이고 인권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외면 속에 차일피일 미루어져만 오던 과거사 청산의 실마리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날 법사위 심사소위에서 일부 수정돼 통과된 법안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피해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안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안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 등이다. 하지만,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라는 절차가 아직 남겨져 있어 당장 8일 오후에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법안들이 상정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2월에나 열릴 다음 임시국회로 이들 법안들이 떠밀려날 가능성도 높다.
반면,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은 논란을 거듭하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그쳤을 뿐, 심사소위 통과는 끝내 무산됐다.
이날 3대 법안의 법사위 심사소위 통과소식을 전해들은 관련 단체들과 피해자들은 일단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남겨진 문제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강제동원특별법 제정추진위 박은희 사무국장은 "일단 심사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과거 피해의 주된 당사자였던 가난한 기층민중들이 이제 역사의 주인으로 당당히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평가하면서도 "심의 과정에서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관계부처들이 여전히 과거의 문제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들었다"며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또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이창수 통합특별법 쟁취위원장은 "심사소위는 조사불응시 동행명령조항을 삭제하고 상임위원을 두지 않는다는 수정 조건을 붙여 민간인학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애초 법안이 가진 부실한 조사권한을 더욱 약화시킨 것"이라 전했다.
비록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작은 실마리는 풀렸지만, 본회의 통과와 조사권 강화 등 남겨진 과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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