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아래 국가인권위)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및 차별이 심각하다는 실태조사를 발표, '저임금 노예노동'의 주범으로 정부를 지목했다. 18일 국가인권위는 비정규직 테스크포스팀 내 연구팀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 공공부문 인력정책의 반인권적 실상을 공개했다.
비정규직 차별도 으뜸인 정부
연구팀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은 파견·용역근로를 포함해 39.1%(161만명, 2003년 8월 기준)에 달한다. 또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임금은 2002년 53.6%에서 2003년 50.4%로 하락하는 등 임금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소득 불평등도 상위 10%의 임금소득이 하위10%의 5.6배로 2000년의 5배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민간서비스부문 5.3배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69%가 저임금 계층(OECD 기준 120만원)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공행정직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무려 87.1%가 저임금 계층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도 눈에 띄게 낮아 36∼39%에 불과하고, 퇴직금과 시간외수당이나 상여금 적용률은 13∼24%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 및 임금 등 노동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행하는 업무는 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고, 심지어 동일 기관 동종 업무에 정규직, 계약직, 상용직, 민간위탁 용역노동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지침이 비정규직화 주도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업무는 청소 업무에서부터 직업상담, 우편배달, 연구원 등 기관의 핵심업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연구팀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만연하게 된 근본원인으로 98년 이후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가 주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지침'이 광범위하게 관철된 점을 들었다. 지침에 따라 정규직 정원의 축소와 비정규직 대체, 새로운 일자리의 비정규직 충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을 확대시킨 민간위탁 확대 지침은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남용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는 구조조정 이행 실적을 예산지원과 연계하여 이행실적이 미진한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철저하게 비정규직화를 꾀해왔다.
공공부문 인력정책부터 대수술해야
국가인권위 테스크포스팀 내 연구팀은 공공부문 인력정책의 대수술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이날 연구팀은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생활임금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임금 하한선으로 공표하고 적용을 확대할 것 △상시고용 비정규직은 업무에 상관없이 정규직화할 것 △비정규 고용의 합리적 사유 명시 △무분별한 민간위탁 간접고용 남용규제를 위한 법제도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 △공공부문 산별교섭 체제 확립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또한 연구팀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호와 차별철폐를 위해서는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근로자파견법 등 관련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인력정책부터 칼을 대지 않는 한 '비정규직 남용규제와 차별해소'에 대한 정부의 공언은 부도수표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인권위가 어떤 정책 권고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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