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아래 유엔 인권위)가 3월15일부터 4월23일까지 열린다. <인권하루소식>은 유엔 인권위 소식을 매주 전하기로 한다.
제60차 유엔 인권위가 제네바에서 15일 6주간 일정으로 개막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엔 인권위는 올해도 21개 의제항목 하에 백여 개 주제와 수십개 국가와 지역의 인권상황을 다룰 예정이다.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처럼 작년에 처음 등장한 이슈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난 몇 년 동안 반복해서 다루어온 내용들이다.
최대의 관심, 테러 대 반테러
테러와 반테러(counter-terrorism) 주제는 올해도 정부, 유엔 그리고 NGO 모두의 최대 관심사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9.11 사태를 계기로 조성된 국제적인 '공안정국' 하에서 많은 국가들이 제정한 이른바 '반테러법안'이 시민·정치적 권리의 전반적 퇴조에 기여를 했다면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인권규범의 기초인 법치(rule of law)의 원칙 자체를 정면에서 부정했다. 유엔의 윤리적 기초와 정치적 이상이 현실정치에 의해 흔들리면서 인권위의 위상과 권위도 약화되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국제엠네스티는 개막 전 성명서에서 "인권위 자체를 개혁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것이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테러리즘을 둘러싸고, 테러리즘을 구실로 시민·정치적 권리를 제약하고 공권력을 강화하려는 국가와 이에 반해 기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인권규범의 틀 속에서 '반테러리즘'을 강조하는 NGO와의 공방전이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별 인권상황에 관한 논의에서 최대 정치적 관심사는 단연 중국인권결의안이다. 이라크 침공과 관련하여 중국의 정치적 지지 또는 묵인이 필요했던 미국은 수년간 계속해오던 결의안을 작년에는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미국이 다시 중국 결의안 상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인권위의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두 코끼리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중국 결의안이 예전처럼 한 두 표 차이로 기각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나라별 인권 상황과 관련하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버마, 쿠바, 부룬디,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북한 등이 논의될 예정이며 작년에 표결에서 부결된 짐바브웨, 수단, 체첸의 결의안이 다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국적 기업의 법적 규제 다룬 보고서 채택 여부 쟁점
한편, 경제적 세계화와 인권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발전권, 극심한 빈곤, 식량권, 주거권 그리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따른 권리 침해를 구제하는 청원(communication)을 허용하는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채택에 관한 논의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올해 최대 관심사는 초국적 기업(TNC) 문제이다.
유엔 인권위 산하에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인권 소위원회는 작년 8월 3년간 조사연구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초국적 기업을 규제하는 국제법적 규범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유엔 인권위가 이번 회기에서 보고서 내용을 승인해 주도록 요청했다. 과거 유엔의 지구협약(global compact)이 기업의 자발적 준수를 강조했다면 이 문서는 법적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정부의 반대가 강하지만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지지하고 있어 이 보고서의 채택여부가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화적 권리 영역의 최대 관심사는 성적지향과 관련된 인권문제로 보인다. 이른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다루는 결의안은 지난해 브라질 정부에 의해 상정되었지만 일부 국가의 반대로 논의 자체가 올해로 연기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캐나다와 일부 유럽 국가, 브라질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반면, 이슬람 국가와 바티칸은 문화·종교적 가치와의 충돌을 내세워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밖에 인권교육은 적지 않은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로 끝나는 제1차 인권교육 10년에 이어 제2차 인권교육 10년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결의안 채택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주도하고 있는 인권교육에 관한 협약을 맺는 문제가 정식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이주노동자의 인권 그리고 북한인권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로 제기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아일랜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인권 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고, 북한은 작년 결의안의 이행은커녕 정당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두 입장간의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60차 유엔 인권위에 제출된 정부와 NGO 발언문은 www.unchr.info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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