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팔레스타인의 유력한 저항단체 중 하나인 '하마스'의 창시자이자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암살되었다. 당일 새벽 야신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브라 지역 알-무자마아 이슬람 사원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중, 이스라엘 군 헬기가 쏜 미사일 3발을 맞고 사망했다. 이로 인해 야신 이외에도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하마스는 "우리는 반드시 샤론의 목을 자를 것"이라 주장하며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팔레스타인의 각 단체들 역시 일제히 이스라엘의 샤론 정부를 규탄하며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22일 가자지구에서는 20여 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모여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러한 시위는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등 아랍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에서는 야신의 장례식 중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3명의 시위대와 1명의 팔레스타인 기자가 숨졌다고 WSWS(세계사회주의자 웹사이트)는 전했다.
이스라엘 샤론 총리의 '도발'에 대해 아랍권 국가들은 "가장 끔찍한 형태의 국가적 테러"라고 비난하였고, 영국을 포함한 전세계 각국의 정부 역시 이스라엘 비판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양쪽 모두 자제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힘으로써 이스라엘의 '암살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대해 팔레스타인해방전선의 아흐메드 지브릴은 "시오니스트들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배후세력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하마스 역시 "미국이 이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복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테러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22일 국제엠네스티는 "이스라엘은 정당한 근거나 방어권조차 제공하지 않고 초법적인 집행에 의지해왔다. 지난 3년 동안 2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저격 당해왔는데, 그런 공격들은 수십 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100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적으로 죽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즉각 이러한 살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이스라엘에게 요구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국제 평화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을 조준하여 '저격 살인'을 한다는 의혹과 비난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이번 시위의 과정에서도 한 명의 팔레스타인 기자가 저격당했고,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기자는 저격 살인의 희생자가 되어왔다. 이스라엘 군이 고의적으로 국제 평화활동가들을 '노린다'는 진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끊임없이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어 왔고, 이제는 총구가 국제 평화활동가와 기자들에게까지 겨냥되고 있다. 급기야 팔레스타인 저항의 '정신적 지도자'까지 암살 당한 상황에서 '중동 평화'는 더욱 요원한 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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