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제52차 유엔인권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장혜선 씨가 보내오는 52차 유엔인권위 소식등 제네바 현지의 소식을 매주 목요일에 싣겠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18일 제네바에서 개막된 제52차 유엔인권위에서는 초반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중국등이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는 등 각국의 파워게임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19일 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권침해와 관련,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대표 및 특별보고관, 비정부단체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방어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먼저 팔레스타인 대표가 “이스라엘의 집단처벌정책은 국제법으로 보면 대량학살에 해당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고문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관한 제4차 제네바회의의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위원회와 총회, 안보리에서 채택한 해결책들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곧장 반박에 나선 이스라엘 대표는 “이스라엘의 안보기구는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단지 테러를 예방하고자 할 뿐이며 집단적 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자치지구에서의 인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답변에 반해 앰네스티는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광범위한 예비구속을 자행하며 고문과 비사법적인 처형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Hannu Halinen(특별보고관, 핀란드)씨도 “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고문을 중지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이스라엘 대표는 “특별보고관의 요구사항은 일방적이고 진부한 것으로, 이스라엘만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당국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20일 오후 회의에서는 미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중국, 쿠바, 이라크 등의 집중공격이 퍼부어졌다. 중국과 쿠바, 이라크는 미국대표의 주제연설이 발표된 직후 반박권을 신청하여 미국의 반인권적 태도와 인권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집중 거론했다.
주제연설에 나선 미국대표 Albright씨는 “아직 남아있는 독재정권들이 주장하는 경제적권리는 대부분 자국민의 정치적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전술이다. 오랫동안 잠재되고 억눌렸던 감정이 인종이나 민족적 동일성에 의해 새로이 등장하고, 발칸반도와 중앙아프리카, 코카서스지역에서의 대량학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르완다와 유고의 전범재판과 보스니아의 평화방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인권을 정치적 의도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또한, 남의 문제에 간섭하기 전에 자국의 인권상황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항상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고 지도자를 체포하여 재판에 회부해 왔는데 이것은 내정간섭이다”라고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으며, 미국은 중국의 양심수문제를 거론하여 예봉을 피하고자 했다.
더불어 쿠바는 “미국은 30여년 동안 쿠바를 봉쇄하면서 쿠바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쿠바인들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인권침해가 심한 나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역시 “유엔과 미국의 이라크 봉쇄는 단지 정치적 이유로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무시한 행위이다. 이라크 문제는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좋은 예로써 미국은 인권과 생명에 대한 최고의 침해자이다”라며 미국을 공격했다.
한편, 21일 의제 4, 7항(점령지의 인권문제, 자결권)에 대한 연설에 나선 한국대표 박창일(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씨는 중동지역의 인권문제 및 평화와 관련해, “경제개발은 정치적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핵심적인 구성요소”라고 말했다. 더불어 중동지역 평화와 번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밝히면서 팔레스타인 정부에 1천2백만불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제네바=장혜선】
- 611호
- 장혜선
- 199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