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개월 전 지문날인을 거부했던 불구속 입건 피의자들에 대해 영장을 발부 받아 지문을 채취하거나, 동사무소 등으로부터 지문을 가져오는 등 지문채취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조사 받았던 송파경찰서 안오섭 수사관으로부터 '조서 한 장에 서명이 빠졌다'는 이유로 출두요청을 받고 송파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은 지문날인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기다리고 있었고, 윤씨는 어쩔 수 없이 지문을 날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인권활동가들은 테러방지법 등 4대 반인권 법안에 반대하며 국회에 진입, 시위하던 중 8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들은 그 동안 강요되던 수사자료표에 지문날인을 하지 않고 풀려나 이례적인 사례를 남겼다. 윤 씨는 그 중 한 명이었던 것.
윤 씨외 다른 사람의 경우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동사무소로부터 지문이 입수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영장을 집행한 안 수사관은 "다른 사람의 지문은 동사무소나 다른 경찰서를 통해서 얻었다. 윤 씨에 대해 동사무소에 연락을 해봤지만 없어서 부득이 영장을 발부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본인의 동의를 무시한 채 외부에서 지문을 채취한 것은 절차 편의만 고려한 채 형사피의자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인권활동가들이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풀려난 이후, 검찰은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영장을 발부 받아서라도 반드시 지문을 채취하라고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사관은 "그 사건 이후 지문을 거부하면 유치장에 대기시키고 영장을 발부 받아서 지문을 채취하라는 검찰의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수사자료표에 지문날인을 하는 것은 법률이 아닌 규칙으로 강제되는데 압수수색검증영장이 규칙을 근거로 발부가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압수수색검증영장은 수사에 필요한 증거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단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영장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며 헌법소원을 위한 법률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로 경찰에 연행됐을 때 지문이 요구되는 경우는 세가지다. 신원확인과정, 조서 확인, 수사자료표 작성이 그것. 그 중 신원확인과정은 신분증으로, 조서 확인은 서명으로 가능하지만 수사자료표는 다른 대체 방법이 없어 경찰이 지문을 고집하고 있다. 수사자료표는 경찰이 재범의 방지 및 과거 범죄행위의 확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범죄기록표'이다. 하지만 '지문을채취할형사피의자의범위에관한규칙'에 따라 수사자료표에 지문을 날인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윤씨는 "결국 수사자료표에 지문날인 하는 것을 비롯하여 경찰 수사관행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문날인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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