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넘은 상황에서 그들이 당하는 억압과 차별은 분노를 일으킬망정 더 이상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써 호주머니를 불리는 '지성의 전당' 대학의 야만적 행위는 그 기만적 사실에 구역질마저 불러일으킨다. 고려대학교도 역한 착취의 냄새를 풍기는 수많은 '지성의 전당' 중 하나다.
고려대학교는 부끄럼 없이 말한다. 2백여 명의 청소용역 노동자의 노동조건, 그들의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용역업체 선정의 유일한 기준은 '365일 깨끗한 학교'라고. 고려대학교는 수치심도 없이 말한다. 깨끗한 학교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해주기만 한다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해도 좋고, 한 노동자가 450평 이상을 청소해도 좋고, 11시간 노동을 시켜도 좋고, 그 대가로 65만원만 줘도 좋다고. 게다가 고려대학교는 뻔뻔하게 말한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용역업체 소관이지 학교와는 상관없다고.
고려대학교는 지난 99년 직영노동자였던 청소노동자들을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로 둔갑시켰다. 대학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노동자에게 이중의 착취로 다가오고, 매년 해고 위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비단 고려대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 대학들은 학교가 문닫지 않는 한 필수 불가결한 청소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유엔총회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교육의 목적이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라고 선언했다.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목적 또한 인권존중에 있어야 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학들에게 묻는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인권존중이 양립할 수 있는가? 오히려 사회의 공적영역을 담당하는 대학의 책임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착취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사회부문을 선도하는 것이다. 지금 대학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과 변화이다. 교수와 대학당국은 노동법과 인권, 사회정의를 가르치는 강의실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해야 한다.
고려대학교는 대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화장실에 대리석을 깔 것이 아니라 먼저 청소용역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2597호
- 200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