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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게 존엄한 노동을!

시립대의 청소노동자 노조활동 탄압을 보며

축제가 끝난 후,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축제를 사실상 뭉개는 일이다. 참여자들과 준비한 사람들이 흥겹고 즐거웠던 축제는 사람들의 머리에,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그 흥겨운 기억으로 일상생활을 보낼 힘을 만든다. 언제나 축제일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축제가 끝난 후 축제를 부정하는, 찬물을 끼얹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축제를 사실상 뭉개는 일이 아닐까.

얼마 전 4회 청소노동자행진이 있었다. 2010년 시작된 청소노동자 행진은 해마다 참가자들이 늘어서 올해는 1천여 명 정도가 참여해 어느 때보다 사람이 많았다. 여의도를 행진하고 돌아온 청소노동자들은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공연도 하고 춤도 추며 즐겁게 청소노동자들의 축제를 즐겼다. 그런데 서울시립대에서 청소노동자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의 임금을 삭감하며 청소노동자행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청소노동자행진을 청소노동자들의 축제로 즐겁게 기억하겠는가. 청소노동자들의 축제를 지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보니 마음이 부글부글하다. 서울시립대는 청소노동자행진이 시작되기 전부터 청소노동자행진은 불법쟁의행위이므로 참여하면 임금을 안주겠다는 둥 협박을 했었다. 6월 25일 청소노동자가 받은 월급명세서에는 ‘기타 공제’라며 6월 14일 청소노동자 행진에 참가한 1시간 분 시급 6,350원을 포함해 2만 원가량이 삭감되어 있었다.

6월 14일 여의도에서 열린 4회 청소노동자행진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 6월 14일 여의도에서 열린 4회 청소노동자행진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청소노동자 행진은 청소노동자들의 인권선언

청소노동자행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0년 청소노동자 권리 찾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은 2010년 당시 청소노동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공간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라는, 노조를 설립 중이었던 이화여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이 왜 도시락을 싸울 수밖에 없는지, 왜 창고나 계단 밑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밖에 없는지를 사회에 알렸다. 청소노동자들은 고령여성노동자로서 차별받을 뿐 아니라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기에 찬 도시락을 건물 구석퉁이에서 먹을 수밖에 없으니까. 노조와 여성단체, 인권단체, 사회단체들이 모여 청소노동자의 휴게 공간 마련과 저임금,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은 더 이상 “유령이 아니다, 청소노동자들도 사람이고 노동자”라는 평범한 외침을 하기 위해, 거리에 나와 청소노동자행진을 시작하였다. 그래서 청소노동자행진은 청소노동자들의 당당한 인권선언이자. 행진 중에 여러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는 여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도 만났고, 그/녀들은 노조를 만들고 투쟁도 하였다.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규직?

더욱 문제적인 것은 서울시립대가 최근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청소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면서도 노동조합활동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측이 내놓은 공문에 의하면 임금삭감의 배경을 “조합활동은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하지 않도록 근무시간 외에 실시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으므로 노동조합활동을 인정하는 것은 상식이자 관행이다. 근무시간 중에도 노조활동은 보장된다. 노동조합활동은 근무시간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노동자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려면 노동조합 활동시간이 보장되어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동료노동자들을 만나며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단체행동권은 반쪽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는 아직 단체협상 중이라 노조활동시간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 구체적인 노조활동 시간이 합의되지 않았을 뿐이지 노조활동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공문에는 근무시간 외로 확정하고 있다. 설상가상 학교 측은 오늘부터 노조사무실도 사용 못하게 했다. 물론 이것도 핑계는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가 청소노동자에게 보낸 공문과 월급명세서

▲ 서울시립대가 청소노동자에게 보낸 공문과 월급명세서


무늬만 정규직이 아닌 진짜 정규직을!

서울시립대의 청소노동자들은 올해 3월 1일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학교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이 되었다. 정규직이 되었으니 고용불안이 없어지니 다행일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학교 측은 노조활동을 탄압할 뿐 아니라 정년을 문제로 고용도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학교 측은 서울시 방침에 따라 2015년부터 정규직 노동자이니 정년을 70세가 아닌 65세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70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규직이 되자마자 2015년이면 40%가량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야 한다. 이를 어찌 고용 안정이라 할 수 있을까.

정년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이다. 다시 말해 정년이 무한정 길어져야 하는 주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다. 인생의 말기, 여가도 즐기면서 사람관계도 돌볼 수 있는 삶이 청소노동자에게도 보장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퇴직을 해도 사회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밥 먹는 것, 자는 것을 걱정하며 산다면 인생의 말기를 여유롭게 보낼 수 없다.

노동자들이 70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청소노동자들이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책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고, 자발적으로 일터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정년문제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고 조정할 문제이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서울시 방침만 되뇌이고 있다. 물론 서울시가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제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안정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년보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면이 있다. 2011년 캠페인단이 실태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58.16세이다. 따라서 직접고용 여부만이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2012년 서울시 비정규대책을 발표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모범사용주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던 말이 현실이 되려면 청소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한 정년을 고려해야 했다.

청소노동자에게 존엄한 노동을 허하라

노동자에게 존엄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노동과정에서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지 않는 것,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에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는 것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녀들이 작업장 안팎에서 모이고 표현하고 동료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권리, 즉 다시 말해 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존엄한 노동이 보장되는 게 아닐까. 딱딱한 법의 언어로 말하면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이 보장되는 일이다. 청소노동자들 주제에 정규직 됐으면 감지덕지하지 정년이니, 시설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문제 등 다른 문제까지 들고 나오냐며 무시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더구나 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측이 모든 노조활동에 ‘무노동 무임금, 불법쟁의행위’를 운운하며 공문뿐 아니라 조합원에게 개별문자까지 발송할 때, 청소노동자들이 받아들이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압박은 그동안 기대했던 권리를 하나씩 포기하라는 무언의 지시처럼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존엄한 노동은 고용형태와 노동과정에서만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학교 측과 서울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4회 청소노동자행진 준비위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