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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기획 : 청소노동과 청소노동자의 삶 ③ ] 나이가 많으면 직업은 정해진다?

젊은 사람은 꺼리는 고단한 청소일

청소노동의 고단함

청소노동은 쓸고 닦고, 휴지통을 비우고 잠시라도 쉴 틈이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이다. 안하면 지저분한 티가 나지만 여간해서는 현상을 유지하는, 결과가 안 보이는 노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정해진 노동시간보다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사람이 뜸한 새벽시간에 바닥이라도 몇 번 더 닦아야 청소를 했다고 생각해서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한다. B병원에 다시는 청소노동자는 6시 출근이지만 4시에서 5시에 출근한다.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원래 출근 시간이 6신데, 6시에 가면 쓰레기밖에 못 비우는데 그럼 환자 보호자들이 왜 여긴 쓸고 닦기를 안하고 쓰레기만 비우냐. 이왕이면 쓸고 닦고를 해달라고 하니깐.”-B사업장 ㅅ
“환자들과 가족들이 들락날락하니까 닦아도 닦는 빛이 안나요. 환자들 보호자들 잔 틈을 타 닦기 위해서 일찍 나오는 거죠. 그래야 조금 반질반질해지지. 아니면 엉망진창이 되요.”-B사업장 ㅁ


이렇게 일찍 출근해서 병실의 휴지통을 비우고, 화장실과 바닥을 청소하고 걸레질을 한다. 청소노동을 수년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도 끊임없이 드나드는 환자와 보호자, 병원직원과 내방객들을 맞으며 환자의 토사물을 수시로 치운다. 또한 안전복 없이 감염위험이 있는 주사바늘, 솜, 약품 등의 병원페기물을 치우는 일은 청소노동을 당장 그만두고 싶게 만든다.

“막말로...더러워서 못해. 더러워서. 일도 힘들지만 정말 더러워서 못합니다…….화장실 오물도 장난 아니고 말도 못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오기는 하는데 결국은 가요. 일주일 있다 가는 사람도 있고 한나절도 못 있고 그냥 가는 사람도 있고.”-B사업장 ㅁ님

젊은 사람도 일주일을 버티기 어려운 더럽고 힘든 일이라 표현하는 청소노동. 인터뷰했던 참여자들은 일주일만, 또 일주일만, 그리고 한 달만 하고 버티다가 어느새 동료들과 정이 들어 벌써 10년 가까이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직장정년이 60세 전후인 사회에서 청소노동은 70세가 정년이다. 그로 인해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많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 Occupational Employment Statistics Survey)에 따르면, 여성청소노동자 308,220명중 50~60대 이상이 전체의 81.2%를 차지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이 설문한 3개 사업장 53명 청소노동자의 평균연령 또한 57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 사회 연령별 여성고용이 30대의 경력단절로 인한 감소를 거쳐 40대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M자형 고용률을 감안할 때 무척 높은 고용연령이다.

동료애, 자긍심을 유지해가면서 한편으로는 노동현장의 고단함을 호소하는 청소노동에 유독 고령의 여성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먹어 갈 데라곤 젊은 사람은 꺼리는 청소일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우리가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청소노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영업, 노점, 공장노동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가 해고, 폐업,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다른 직업을 구하다가 청소노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청소노동을 시작한 나이는 평균 51.6세이다. 청소노동을 시작하는 계기는 주변에서 소개를 받거나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내가 60이 넘었는데 내가 어디 할 건 없고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뭐 방법이 없더라고. 그래서 동네 아줌마한테 어디 돈 벌데 없냐고 하니깐 여기서 해보라고 해서 와봤거든.”-B사업장 ㅈ
“다른 일은 나이가 다 걸린다. 다른 건 못한다. 나이 먹으면 식당 아니면 청소다. 식당은 힘들다고 쉬는 날이 없다. 한 달에 2번밖에 안 쉰다.”-A사업장 ㄴ
“식당도 나이 먹으면 안 쓴다더라.”-A사업장 ㄱ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어렵고, 식당의 고된 노동 강도와 대면서비스도 힘들고, 나이와 용모를 보는 마트 계산원도 쉽지 않아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노동 뿐이다. 고령여성은 성별분업과 연령이 주는 경제활동의 배제에서 스스로 위축되어 별다른 선택 없이 청소노동으로 유입된다.

“직업소개소에서 6만원 가져오면 당장 취직시켜준다고 하니까 6만원 내고 바로 소개받은 곳이 여기였어요. 어디어디 갈 수 있다는 얘기도 없이 바로 여기로 가라 하니까 가보자 해서 왔어요. 와서는 (용역업체)소장님 뵈니까 나이가 딱 맞는다고 안성맞춤이라고.”-B사업장 ㅁ
“만약에 똑같은 조건인데 그렇게 되면 나이 많은 사람들한테 넘어오는 거지 뭐. 대꾸를 못하니깐 항변을 못하니깐(질문자 : 항변하면 해고될까봐?)응 불이익 당할까 봐. 어쩔 수가 없지 여기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 감수하는 거야”-B사업장 ㅈ


고령여성에 대한 차별은 2005년 4월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시장 차별관행 실태’ 보고서에서도 보고되었다. ‘동일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졌을 경우 특정 집단·계층에 속한 구직자가 채용될 확률’(채용확률)을 질문 한 이 조사에서 50대 이상 고령자는 33.7%로 가장 심한 차별을 경험했고, 그 다음 순위는 기혼 여성(36.9%), 여성(37.1%), 고졸자(37.5%), 장애인(38.6%)으로 나타났다.

나이 먹어 갈데없다는 불안감을 이용하여 노동력 사용을 용이하게 하고, 무성적 존재로 이야기하지만 사회가 부여한 성역할인 ‘세심함’, ‘친밀함’, ‘돌봄’, ‘자상함’, ‘포근함’을 부여한다. 여성과 고령이라는 이중의 친밀성에 기대어 남녀구분 없는 화장실 청소와 병실을 거리낌 없이 들어가도록 들이밀면서 쉴 새 없이 쓸고 닦게 한다. 청소노동은 역설적이게도 고령여성의 노동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다.

나이 먹어서도 일하는 즐거움

“처음 해보니까 막 왔다 갔다 하고 하니까 재밌더라고. 마포걸레 같은 건 모르니까 그때는 가르쳐주는 직원이 있었어요. 여자둘이. 하고 나니까 깨끗하니까 기분도 좋고 그때 참 재밌더라고요.”-A사업장 ㅂ

노동은 인간에게 오로지 생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과 자기만족을 준다. 사회의 상시적인 필수업무인 청소노동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고령/여성들은 성별분업과 나이로 인한 한정된 직업군으로 청소노동을 시작하였지만, 동료와의 연대, 업무에 대한 성취감,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일한다는 즐거움이 주는 삶의 활력은 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고령여성이라는 그늘가운데서도 빛이 난다.

“여기 나와서 일하면 힘들어도 서로 만나서 얘기하고 웃고 하니까 나는 이게 굉장히 즐겁다고 생각한다…….(중략)…….청소 일이 나쁘다고 생각은 안한다. 직장이다 생각한다. 근데 나이 더 먹기 전까지 일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난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닦는 일, 쓰는 일도 즐겁고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고 내 맘대로 뭐 하나 사줄 수도 있고. 그래서 청소 일보다도 나이 먹어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 갈 데가 있다는 것이 좋다.”-A사업장 ㄴ

게다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간의 유대가 주는 즐거움은 고단한 노동을 씻겨 주기도 한다. 노동자들의 만남이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당당히 요구를 내걸 수 있다.

“길가다 마주쳐도 싸우고 막 두드리고 서로 정보도 모르고. 아무도 몰랐죠. 인제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임금도 임금이지만 얼굴을 아니까 서로 반기면서 인사하고...그게 제일 보람으로 난 생각해요.” - C 사업장 ㅊ 님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나이 듦은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으로 누구나 겪는다. 나이가 든다고 일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 관계를 맺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나이 듦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신념과 열망에 따라 자아실현의 완성에 가까워져 가는 과정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적 합의가 최소한 만들어진다면,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차별적 시선과 열악한 노동조건도 조금은 개선될 것이다.
덧붙임

관수, 깡통, 명숙, 홍차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