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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박근혜 정부의 노동 비정규직 정책 비판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비정규직 정책

1997년 외환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제와 함께 파견제가 도입되었다. 위기 극복을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잘라냈고, 그 자리는 파견노동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파견법 시행 2년이 지나자 법에 따른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다시 해고되었고, 그렇게 하루살이 목숨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7년 기간제법이 만들어졌다. 기간제로 십수년 일해오던 회사에서 ‘법 때문에 더 이상 계약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뉴코아 ․ 이랜드처럼 아예 외주로 운영하겠다며 대규모로 노동자를 해고한 사업장도 있었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인생의 쳇바퀴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비정규직법은 수많은 노동자의 해고와 함께 태어났다.

기간제법 시행 2년이 되자, 정부는 해고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래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기간제법 시행 2년은 조용히 지나갔다. 파견법 시행 2년 대량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자본은 배웠던 것이다. 2년을 꼭 채운 후 행하는 집단해고는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최근 ‘쪼개기 계약’이라고 문제 삼는 계약기간의 단기화와 불안정화 현상이 이미 그때 생겼다.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은 짧아졌고, 해고되는 시기도 저마다 달랐다. 해고 대란이 아니라 일상적인 해고가 이미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연장한다고 한다. 기간제법, 파견법 모두 2년 후 다시 2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35세 이상에 대해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노동자들이 기간 연장을 원하고, 기업들도 숙련된 인력을 내보내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대는 핑계는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을 위해 노동조합의 의견은 듣지도 않았고, 실제 설문조사의 결과를 왜곡한 통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게다가 기간연장만이 아니다. 파견허용업무는 훨씬 더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또 농축산업 등에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고, 관리직 전문직 대다수에게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검토해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사용되는 업무에 파견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정부 계획은 몇 개 업종이나 직종에 한해 파견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파견 노동 자체를 모든 노동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해서라고 한다. 마치 파견노동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는 것처럼 노동자를 위해서라는 말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계획을 낸 것이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을 위한 노동정책

이 정책을 내면서 정부는 노동시장 2중구조의 개편이라는 근거를 들이밀었다. 정규직 노동이 과보호 되고 있어서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정규직 비정규직 분할의 논리와는 또 다른 교묘한 술수를 포함하고 있다. 강자와 약자로 대별되는 노동시장 2중 구조, 정부가 만들어낸 그 구조 안에는 자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노동시장의 강자는 대기업 ․ 정규직 ․ 유노조 사업장의 노동자들이고, 약자는 중소기업 ․ 비정규직 ․ 무노조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대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조차도 정부의 시선에서는 노동시장 강자에 해당한다. 이런 논리로 정부는 조직된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를 대변하지 않고, 자신의 이기주의만 내세운다고 혐의를 둔다. 기존에 그렇게 노사정 협의를 해 왔더니 결국 노동조합 있는 정규직 중심으로 권리가 강화되고, 조직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격차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즉, 이 노동시장 2중 구조 논리가 내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조합’, ‘노동자의 단결’에 대한 공격이다. 실제 노동자간 발생하는 격차의 주요 원인은 대자본에게 있음에도, 노동자의 집단적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약자로 내세우고, 고용불안이나 경제 위기 등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 집단에게 떠넘긴다. 그 궁극적 목적은 노동권의 해체, 노동권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노동자 단결의 해체에 있다. 그런 의도 하에 제출되는 정부의 노동정책은 정부가 규정하는 노동시장 강자에 대한 정책도, 약자에 대한 정책도, 노동자를 위한 정책도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 ․ 정규직 ․ 유노조 노동자들이 너무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이 문제이고, 이것이 노동조합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이 노조와 단협을 깨려한다.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 권리의 실현이라는 당연한 원칙이 박근혜 정부하에서는 비정상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자본의 활동을 방해하는 비정상적 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공격하는데 힘을 쏟는다. 공공부문 정상화라는 정책을 동원해 공공기관부터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노조무력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 당장은 현재의 단체협약에 의해 지켜질지 몰라도, 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점 즈음에는 현재의 노동조건은 개악된 취업규칙에 의해 하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법제도적으로도 돕는다. 화이트칼라에 대한 재량근로 이야기가 슬슬 나온다. 현재 정부가 개악하려 하는 노동시간에 대한 유연화 이외에도 사무직종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자체를 폐기하는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 당연히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제도 개악은 기본이다. 정리해고제가 아니라 일반해고에 대한 규제 자체를 완화시키려 하고 있다. 노동자의 실적을 평가해서 일을 잘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교육이나 배치전환을 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나 배치전환이 정당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보기는 너무 힘들다. 문제되는 이에 대한 표적해고 뿐만 아니라 노동자 일반에 대해서 그렇게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취업규칙을 회사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법을 손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규직 노동을 완전히 해체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실 정규직 노동을 해체하려면 그만큼 비정규직 사용이 더 확대되어야 가능하다. 파견의 확대는 그래서 필요하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확대 역시 그래서 필요하다. 즉, 정부의 정규직 노동 해체 정책과 비정규직 확대 정책은 다른 두 방향인 것 같지만 사실 한 몸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규직 노동 해체 정책은 정규직에게만 골라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 기준을 후퇴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노동시간의 개악도, 취업규칙 제도의 개악도, 해고제도의 개악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일시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해로울 수밖에 없고, 2~3년 후에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 후퇴로 나타나게 될 정책이다.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개악을 저지하고 폐기를 위한 힘을 구축해야 할 때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맞서는 대응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노동 시장 구조개편 정책과 비정규직 정책은 한 덩어리로 노동의 완전한 불안정화를 의도하고 있는데, 분리해서 정규직 문제, 비정규직 문제로 대응해서는 발목을 잡히고 만다. 그 한 예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에 반대하면서 ‘기간제법의 효과’를 강조하는 경우이다. 이 논리는 기간제법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강변하기 위해 기간제법 시행 후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수치를 동원하고, 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기간을 연장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간제법의 효과란 기간만료를 해고로 인식하기 어렵도록 만든 효과, 기간제 노동 기간을 마치 자본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적당한지 시험 사용하는 기간으로 만든 효과,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더 단기간으로 쪼개어 사용하도록 한 효과, 고용불안과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동조합을 회피하게 한 효과이지 무기계약 전환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비정규직 기간 연장이 왜 주장되고 있는 것인지, 정규직 노동 자체의 해체와 어떻게 맞아들어 가는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이런 섣부른 주장을 하게 된다.

그만큼 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보고 싸우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 모든 노동자의 권리 후퇴를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정규직 노동을 해체하고, 그 시작에서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을 공격하는 움직임이 지금 공공부문에서부터 병원사업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법개악안의 발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투쟁을 방어하고 연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에서부터 예정된 법개악안을 막아내는 투쟁으로 나아가고, 결국엔 개악안이 전면 폐기될 때까지 투쟁의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겐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개악안을 막아내는 투쟁과 함께 비정규직법을 완전히 폐기하고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법제도를 만들어가는 싸움, 그 싸움을 펼칠 힘을 우리는 지금부터 구축해 나가야 한다.
덧붙임

엄진령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