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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인권위 '비정규 관련 법안' 청문회 지상 중계(상)

비정규직 확산 … 권리 없는 노동자의 탄생

2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16일 비정규 관련 법률안('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아래 기간제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파견법안>')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 노동계·경영계 및 관련부처·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청문회는 인권위의 개혁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써 국회 계류 중인 비정규 관련 법안에 대해 인권위의 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김만흠, 정강자, 최영애, 정인섭, 최금숙 인권위 위원들이 진술인들에게 질의를 하고, 이에 대해 진술인들이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과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의 모두 진술을 시작으로,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하는 진술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비정규 관련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16일 인권위가 주최한 청문회

▲ 16일 인권위가 주최한 청문회



비정규 법안, 경영계 '노동의 유연성 확장에서는 미흡' … 노동계 '비정규직 확산 우려'

모두 진술에서 '비정규 법안'을 바라보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차이는 확연했다. 한국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두 입법이 노동의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 볼 때에는 충분치 못하다"며 "노동시장을 보면 경직성 문제가 국가경제투자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최 씨는 파견제라는 것이 정규직으로 가기 위해 경험을 쌓고 숙련도를 높여나가는 곳이고, 고용창출이 안 되는 사각지대에서 고용을 창출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두 법안은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화하거나 훨씬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못 박은 후 "차별 개선조치는 실효성이 거의 없고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3권에 관해서는 고민의 흔적 자체가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지금 있는 비정규직을 오히려 제도화 해 마음껏 임시직으로 사용하라는 신호라는 것.


비정규직, 국가경쟁력 위해 어쩔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양적, 질적 증가는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음에도 경영계는 국가경쟁력을 이유로 현재보다도 노동시장이 더 유연화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영애 청문위원이 국제구제금융(IMF)이후에 기간제 근로자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묻자 한국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개별 노동자 차원에서 보면 개인에게 안타까운 면은 있으나 국가경제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마치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듯, 국가경쟁력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 그러나 한양대 법학과 강성태 교수는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인종 또는 이류인종, 권리 없는 노동자의 탄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 교수는 비정규직이 양·질적인 면에서 외국과 달리 △노동조건에서 엄청난 차별 △비자발적인 비정규직의 다수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의 현격한 저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교수는 "한번 비정규직으로 빠지면 영원히 이류로 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심각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간제 노동, 사용사유로 엄격히 제한해야

기간제법안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안 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기간의 정함이 있는 노동계약(기간제 노동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사용자는 기간제 노동자를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노동자로 사용한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노동자와의 노동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한 비판은 지난 해 노동계에서도 계속 있었다. 2004년 9월 24일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김선수 변호사는 "기간제 노동을 양산하고 해고제한규정을 사문화시키며 나아가 노동기본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현재보다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킴으로 재검토"를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김변호사는 "기간제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하여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한양대 법학과 강성태 교수는 "기간제의 남용사용을 규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유제한 방식"이라고 진술했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도 "3년 되기 전에 자른다든가 교체사용을 하게 될 것이고, 설사 일정한 조건으로 정규직이 필요한 경우라도 너무나도 포괄적인 조건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3년 지나서도 영구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안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경영계에서도 동일한 비판을 가했다. 한국경총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기간제 노동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해고를 할 수 없는 이런 조항은 언뜻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대해서 기여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겠지만 사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해고에 대해서 엄격하게 제재를 가하면 그 기간이 오기 전에 정리를 하는 절차를 밟게 돼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기업으로서는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에 상당한 저해를 받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기간제 노동의 사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주장에 대해 노동부 장화익 비정규대책과장은 "사유를 제한하면 결국 기업인력 운용에 대한 제약으로 인해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안전노동철폐연대 김철희 법률위원장은 기간제 노동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을 고용불안을 현재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전달했고, 노동3권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덧붙임

* 국가인권위 비정규 관련 법안 청문회 지상 중계(하)에서는 파견대상 업무 확대와 차별금지 및 시정의 실효성, 총평 등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