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권영화제에 소개되어 주목을 받은 영화 <기업, The Corporation>이 배급된다. 이 작품은 이윤추구라는 '고유'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한 기업을 분석적으로 접근하면서,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사유화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현대를 반추한다. 조엘 바칸의 저서 『기업』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기업의 탄생, 내부 작동 원리, 그 영향력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다각도로 진단하면서, 자본의 힘으로 사람들의 오감과 정체성을 마비시키려는 기업의 특성을 들추어낸다.
유무형의 물질은 물론, 심지어 생일축하노래와 생명체까지 사유화의 촉수를 뻗치는 기업의 이윤 창출 전략의 이면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고름 우유나 인체에 해로운 제초제를 생산해 내는 몬샌토, 나치와 모종의 협력 관계를 맺으며 파시즘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를 했던 IBM. 제3세계 어린이와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온 다국적 기업들. 나름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허구적 이미지를 유포하는 숱한 브랜드의 수만큼이나 기업이 행해온 방대한 인권 탄압의 사례들 역시 영화 속에서 끝없이 소개된다.
감독은 미끈한 물질 세계의 표면 아래 감춰진 무수한 사례들을 그저 병렬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각종 광고물, 영화와 주류 미디어의 뉴스 조각 등으로 구성된 다채로우면서도 시의적절한 자료화면과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돋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들을 만들어 냈다. 아울러 기업을 둘러싼 노암 촘스키, 마이클 무어와 같은 진보적 인사들의 정연한 논리와 대척점에 있는 다국적 기업의 전현직 총수,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의 인터뷰를 알맞게 배치해 우파 인사들의 모순된 언행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영화는 상품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무뎌지기 쉬운 감각의 촉수를 예민하게 만들어 주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보는 이에게 그저 무기력하게 나앉지 말고, 자본주의의 '빈 구멍'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볼리비아의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의 경험을 빌어 "뭉치면 패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신화화된 자본의 힘에 둘러 쌓여 있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새삼 상기시킨다.
<기업>은 8월부터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배급합니다. (문의: 02-74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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