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에 머물던 탈북자 468명이 27일부터 이틀에 걸쳐 한국에 들어왔다. 이 소식을 접하며, 안도와 걱정이 교차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탈북자들이 타지에서 겪는 인권적 어려움으로부터 일단 벗어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한반도의 평화가 저해되어선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미 북은 "체제를 허물어 보려는 최대의 적대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입국 조치가 순수한 인도적 차원임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재외 탈북자들의 인권 개선은 보다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중국과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 최소 10만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인신매매, 노동력 착취, 배고픔, 체포와 강제송환의 두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해당국에 있는 동안 잠정적인 체류 지위를 인정받고 살아가면서, 생존권적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도 송환되는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중단하고, 탈북자들이 자발적으로 귀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들의 인권을 생각할 때, 기획 탈북은 문제가 있다는 점도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수의 '기획탈북'으로 인해 중국내 탈북자 감시가 더 강화되고, 대다수 탈북자들은 더 고단한 삶을 살게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대거 입국을 보며, 기뻐할 수만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정착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낯선 사회에서의 문화적 충격, 시장경제에서의 경제적 어려움, 하등 인간 취급하는 인식 등 탈북자들에겐 모두 힘든 장벽이다. 때문에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지원 대책만큼이나 탈북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중요하다.
북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고향을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외 탈북자들도 자발적 귀환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식량 및 의약품 등의 인도적 지원과 동시에 북이 경제를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탈북자들의 대거 입국은 재외 탈북자와 한반도의 남북 민중들이 함께 인권을 누리며 살 수 있는 해법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 2626호
- 2004-07-31